한덕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유럽 조선업체들이 한국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WTO에서 한국이 패소하면 진행중인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작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본부장은 이날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참석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EU가 조선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양측간 시각차가 너무 커 타결이 여의치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만약 조선 문제가 WTO 패널로 넘어가게 된다면 <>산업은행등 국책은행들의 조선업체에 대한 특혜지원 여부 <>이로 인한 유럽 조선업체들의 피해 여부 <>시중은행들의 조선업계에 대한 집중 지원여부 등 여러 항목에서 논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은행들이 주체가 돼 진행중인 조선업계에 대한 워크아웃(체질개선) 작업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본부장은 "국제통화기금(IMF)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국책 은행화된 시중은행들이 "자율적"으로 조선업체들에 부채탕감이나 출자전환, 원금상환유예 등의 지원을 했다는데 유럽기업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과 유럽은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제3차 조선협상을 가졌으나 실패했으며 오는 24일 서울에서 가질 연례 고위급회담에서도 조선협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한 본부장은 이와함께 "최근 유럽과 미국이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을 위해 공동 보조를 취하기로 하는 등 한국에 대한 각국의 시장개방 압력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parksj@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