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S&P(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사가 지난 1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상당수 국내 외환딜러들은 등급조정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로인해 미리 정보를 안 외국인투자가들이 상당한 규모의 투자이익을
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외환딜러들은 외국투자가들이 약 2주전부터 신용등급 조정정보를
가졌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성희 체이스맨해튼은행 지배인은 "최근들어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을 때 대부분의 국내 분석가들은 외국인들이
왜 사는지에 관해 의구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같은 외국인들의 행태에 대해 일부에선 "(행태가) 외계인과도 비슷하다"
며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국내 주식을 사댔다.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입규모는 11일까지 15억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S&P는 지난 11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적격의
맨 아랫단계인 BBB-에서 BBB로 상향조정했다.

S&P의 등급조정 소식이 국내에 알려진 것은 11일 오후 3시 27분.

통신사인 로이터를 통해 타전됐다.

국내 외환딜러들은 대부분 그때서야 등급조정 소식을 접했다고 한다.

그러나 하루이틀 전부터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명백히 뭔가 다른 모습"
이었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국내에 직접 투자한 일부기업은 지난 10일부터 보유
달러화를 대거 처분했다"며 "갑작스럽게 팔아치웠다"고 설명했다.

원화가치 상승재료를 미리 알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11일의 경우 오전부터 외국인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사흘동안 주식순매수를 다소 줄이는가 싶더니 이날은 무려 1천8백56억원어치
를 순매입했다.

외환거래를 하는 역외딜러들은 달러화 팔자 주문을 내기에 바빴다.

주가와 원화가치가 함께 올랐음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외국인들은 상당한 차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P가 한국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꾼 지난
1월25일 이전에도 외국인들은 이같은 거래패턴을 보였다고 관계자들은 분석
했다.

이같은 상황증거에 근거해 국내 외환딜러들은 S&P의 신용등급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고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있다.

정보가 뒤지기 때문에 손해도 본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정보의 사전유출이 국부유출로 이어진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체념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의 한 딜러는 "S&P의 경우 전직 장관이나 금융계 고위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참여한다"며 "이너서클(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집단)이 형성돼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문제는 외국인들의 투자전략에 금융기관들이나 기업들이 따라
다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에선 이같은 정보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한 국내 금융계 현실을 개탄
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국제금융센터에 대한 불만이 크다.

금융계 한 인사는 "국제금융 흐름을 보다 빨리 읽을수 있도록 만든게
국제금융센터 아니냐"며 "그러나 이번에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어윤대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S&P 발표때까지 알지 못했다"며 "한국 신용
등급을 올리려는 무디스 때문에 S&P가 선수를 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도 "정보가 미리 흘러나간 측면도 문제이긴 하지만 S&P가
실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채 등급을 조정하는 것은 무디스와의 경쟁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