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회장은 지난 연말 뉴욕 맨해튼
정책연구소 초청 오찬 세미나에 연사로 참석, "21세기 인터넷 혁명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연설했다.

게이츠 회장은 이 연설에서 현재 진행중인 인터넷 혁명이 앞으로 10~20년
내에 기업 비즈니스는 물론 정치 행정 교육 등의 기존 시스템을 통합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이 80년대 후반의 "경쟁력 위기"를 딛고 세계경제 무대에서 패권
국가로 부활한 것은 전적으로 정보화 혁명을 주도한 덕분이었으며, 21세기
에는 정보화의 효용 가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이츠 회장의 연설 내용을 간추린다.

< 정리=이학영 뉴욕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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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각국이 치열하게 벌일 생존과 번영의 게임은 한가지 큰 변수에
의해 승부가 갈릴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보"다.

새로운 부의 원천으로서 정보산업을 장악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은 세계
전체를 새로운 차원으로 변모시켜 나갈 것이다.

나는 이렇게 전개될 21세기의 인류사회에 대해 누구보다 낙관적이다.

단언컨대 향후 20년 내에 인류는 놀랄만한 정보화 혁명과 생명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이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복지를 누리게 될 것이다.

이를 반증하기 위해 지금으로부터 20년전에 인류가 "20년 후의 세계"를
어떻게 예상했는지를 회상해 보자.

당시 인류는 미국은 끝장났고, 초장기 투자를 불사하는 일본식 산업화
모델이 세계를 압도할 것으로 믿었다.

모든 학자들이 여기에 동조했었다.

그러나 상황은 그와 정반대로 전개됐다.

미국은 다시 일어섰고 정보 및 생명과학 기술의 중심국가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미국이 누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대 역전극"을 일궈낸 비결은 무엇
인가.

혹자는 다운사이징과 리스트럭처링,벤치 마킹 등 미국 기업들 사이에
유행했던 각종 경영혁신 작업에서 답을 찾는다.

그러나 나는 보다 근본적인 것에 답이 있다고 믿는다.

미국 기업들이 리스크(위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했던 것이 오늘의 번영을 일궈낸 원동력이라고 보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새롭고,그래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정보산업 및 관련 시장에
엄청난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축적되어온 정보기술은 앞으로 10~20년 내에 인류의 생활방식
을 깜짝 놀랄 정도로 변모시킬 것이다.

이렇게 장담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정보화 혁명이 갖는 승수 효과다.

정보화는 일단 어느 궤도에 올라서면 어떤 한계도 뛰어 넘어 순식간에
지구촌 곳곳에 파급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예컨대 현재는 만화영화를 한편 만들려면 최소한 한대에 수십만달러 하는
워크스테이션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조만간 그런 컴퓨터의 가격은 대당 2백~3백달러로까지 떨어질
것이다.

또 현재는 대형 스크린 화면을 통해서만 가능한 화상회의가 노트북 컴퓨터
를 통해서도 가능해질 것이고, 누구든 안방에 앉아서 세계 최고의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인터넷 기술이 주도할 정보화 혁명은 또 기존의 기업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을 것이다.

예컨대 컴퓨터 관련 기업들은 물론 제조업체들도 공장 근로자들보다 정보
관련 종사자들에 대한 의존 비중이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왜냐하면 상품 설계를 비롯해 마케팅 프로그램,수요 및 가격 분석 등을
모두 정보 관련부서에서 일괄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웹"에 의해 핵심적인 기업운영이 좌우됨에 따라 기존의 업종 구분 방식
에도 일대 변화가 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보 드라이브로 인해 기업들의 평균 규모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작아질게 분명하다.

이에따라 대기업들은 다투어 다운사이징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작고 유연한 기업이 무수히 탄생해 일자리에 대한 수요를 충분히 채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작고 유연한 기업들은 또 빠르게 변모해 나갈 사회.경제적 수요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인터넷 정보화 혁명은 또한 개인들의 생활 방식도 엄청나게 변모시킬
것이다.

퍼스널 컴퓨터(PC)와 인터넷은 모든 사람들의 필수 구비 품목이 될 것이고,
"종이"에 대한 의존은 거의 사라질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이미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백과사전이다.

요즘 백과사전 판매량은 CD(콤팩트 디스크)롬과 인터넷이 출현하기 이전에
비해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신 백과사전의 내용을 담은 CD롬이 실제 백과사전보다 다섯배 이상 더
많이 팔려 나가고 있다.

멀티미디어 백과사전은 책으로 출판되는 것에 비해 값이 훨씬 쌀 뿐 아니라
내용을 수시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개인의 생활 방식을 바꿔 놓은 보다 극적인 예는 증권 투자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 증권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주요 정보를 인터넷에 의존
한다.

일부는 거래 자체도 인터넷 웹 사이트를 통해 하고 있다.

인터넷은 과거에는 어쩔 수 없었던 공간적 거리의 문제도 단숨에 해결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와 일하고 있는 외국인 전문 인력들이 그런 예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예전과 다름없이 본국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
으로 얻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신문을 읽는 것은 물론 본국의 라디오 방송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몇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힘들 정도의 엄청난 기술적
진보의 결과인 것이다.

인터넷 혁명은 이와 함께 사람들로 하여금 물리적 형체를 띠었던 상당수
품목을 컴퓨터 화면 만으로 간단히 소유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책이나 잡지 같이 종이에 의존했던 품목들의 경우에는 그같은 변화가 이미
일반화됐다.

앞으로는 음반이나 사진도 컴퓨터에 얼마든지 담고 다닐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인터넷 혁명을 더욱 심화 발전시킬 주역은 어린이들이다.

요즘의 어린이들은 인터넷을 조금도 신기해 하지 않고 당연한 현실로
받아들인다.

그런 만큼 자유자재로 상상력을 발휘하며 인터넷을 가지고 논다.

미국 어린이들의 경우 학교 수업의 상당 부분을 인터넷을 활용해 진행하고
있다.

해외를 여행할 때 외국인들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변화에 주목
하며 "우리가 어떻게 하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하고 묻는 경우가
많다.

미국 기업계가 인터넷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다른 나라의 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있다는 사실에 초조해 하는 기업인들도 부지기수다.

그들이 그런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자부해도 좋을 만큼 인터넷 분야에서 앞서 있는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미국을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도 인터넷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멀지않아 인터넷 활용에 있어 미국을 따라 잡겠다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 혁명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에게도 엄청난 도전과 기회를 안겨다
줄 것이다.

유권자들과의 관계가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시대에는 유권자들이 자기 지역구의 정치인이 의정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으며,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지를 손바닥 보듯
속속들이 알게 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한 차원 발전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21세기에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는 이런 정보화 혁명의 혜택을
가능한한 세계 전역으로 폭넓게 확산시키는 일이다.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온갖 정보를 고루 접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도서관에 가서 필요한 책을 빌려 볼 수 있듯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최신의 정보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의료 분야에서 이런 작업은 특히 필요하다.

첨단 의료 정보가 지구촌 곳곳으로 고르게 전달돼야 한다.

그렇게 될 경우 인류는 수백만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류 사회에 크고 긍정적인 변화를 안겨줄 인터넷 혁명은 아직
도입단계에 불과하다.

인터넷 혁명은 도입초기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희망을 인류에게
안겨줬다.

우리는 이 인터넷을 글자 그대로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혁신(innovation)을 계속해야 한다.

또한 미국을 20년전의 질곡에서 뛰쳐나올 수 있게 해준 자유시장경제가
지구촌에 만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