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청와대에서 있은 김대중대통령의 경제관련 내외신 특별기자회견은
김대통령의 모두 발언에 이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문답형식으로 진행됐다.

일문일답 내용을 간추린다.

- 경제연구소나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제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상황도 좋지 않다.

대통령께선 우리 경제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그 근거는.

"국제적 조건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대단히 위험하고 유동적이다.

국내 조건도 외환위기와 금융, 기업의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불경기와 실업자
대량생산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그러나 내년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그간의 구조조정 효과와 경쟁력이 되살아나고 내수진작책의 영향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미국 금리가 인하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엔화는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수출여건이 좋아질 수 있는 환경이다.

건전한 체질과 훌륭한 국민, 일관성있는 정책추진, 아시아국가중 가장
유망하다는 국제적 신인도 등을 잘 이용하면 우리 경제가 회복될 길이
있다고 확신한다"

- 여야간 대치정국을 언제,어떤 방식으로 정상화할 것인가.

현재의 사정정국은 언제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나.

"부정부패가 해소되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경제회생이 있을 수 없다.

누가 미워서 사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정의사회가 안되기 때문이다.

국정이 깨끗해져야 경제회생과 민심안정, 정치안정이 이뤄지며 국민 모두를
보살피는 정의로운 사회가 이뤄진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게 된다.

국민들은 말단에 있는 일선 공무원의 행동을 보고 정치가 깨끗한지 여부를
판단한다.

위는 그대로 놔두고 일선만 깨끗이 할 수 없다는 것은 과거 역사가 증명해
준다.

사정과 국정운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검찰에 대해서도 여야 구별없이 공평무사하게, 단 필요없는 희생자를
내서는 안된다는 두가지 원칙만을 제시했다.

나머지는 검찰에게 맡겨 놓고 있다"

- 국제통화기금(IMF) 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할 용의는.

"IMF 관리체제는 우리나라의 불행이기는 하지만 IMF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개혁이 이만큼 이뤄졌다.

은행 5개를 문닫고, 종합금융사를 30개에서 16개로 줄이고, 6~30위의
재벌중 11개를 퇴출하거나 사실상 재벌대열에서 이탈시킨 것 등의 성과를
거뒀다.

IMF와는 매분기마다 협의하고 있다.

IMF도 재정적자나 통화량 확대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정책
과 의견차이는 없다"

- 제 2환란이 올 가능성은 없나.

혹시 있다면 우리의 대비책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제2환란 가능성은 없다.

일본 러시아 등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환율, 금리, 물가 등이 잘
유지되고 있다.

단기외채비율은 작년말 44.3%에서 지금은 25.3%로 반정도로 낮아졌다"

- 홍콩에 이어 한국이 외환투기꾼의 다음 공격 대상이란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우리나라는 작년에 외환거래를 인위적으로 제한해 대항하려다 1백억달러
의 외화만 낭비했다.

오히려 외환관리법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바꾸는게 외환위기를 막는
길이다.

일관된 거래를 허용하고 국제신인도를 높이면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 추가 경기부양책은 있나.

"지금까지 4조4천9백억원을 주택경기 부양에 풀었다.

앞으로 4조원 정도를 추가로 투자해 8조5천억원을 주택경기 부양에 쏟을
계획이다.

또 6조원은 자동차, 전자제품 등 내구재 구입 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재정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5%인 20조원까지 늘리기로 IMF와 합의했다"

- 분위기 일신을 위해 경제팀을 교체할 생각이 있나.

또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킬 용의는 있나.

"현 경제팀이 초기에는 혼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잘 협조하며 해나가고
있다.

외환위기 타개와 4대개혁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고 금리도 하향 안정되고
있는 등 잘 하고 있다.

부총리제는 과거에 폐단이 많았던 만큼 현행 제도를 바꿀 생각이 없다"

- 경제회생을 위해 대기업 정책을 어떻게 전개할 생각인가.

"지금처럼 경제를 어렵게 만든데는 과거 집권세력과 대기업의 책임이
크다.

다시는 그러한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구조조정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재벌들과 5가지 합의를 했다.

첫째 기업투명성 확보, 둘째 대기업 그룹내 상호 지급보증금지, 셋째
기업재무구조의 건실화, 넷째 경영과실의 소유자 법적 책임 추궁, 다섯째
선단식 경영 시정 등이다.

더불어 과거 정권들처럼 좋아하는 기업, 미워하는 기업을 구분해 특혜를
주고 안주는 일은 절대로 없다.

한보 사태와 같은 엉터리 대출도 없을 것이다.

30대 그룹총수를 만났을 때 정부간섭을 걱정하지 말되, 그 대신 특혜도
없다고 말했다"

- 5대그룹 빅딜을 관철시키기 위한 구상은 무엇이며 기아와 한보의 처리
방안은.

"기아는 제3차 입찰을 추진중이다.

이번에는 유찰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한보는 자산매각 방식으로 처리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신용있는 기관에
의뢰해 둔 상태다.

오는 11월말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5대재벌에 대해선 약속한 계획을 철저히 이행토록 하겠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 여신중단과 융자금 회수
조치를 취하겠다"

- 실업자 대책의 실효성에 논란이 많다.

기존 실업대책을 보완하고 추가할 계획은 있는가.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으로 실업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회피할 수는 없다.

정부는 실업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고용유지, 직업훈련, 일자리 창출,
사회안정망 확충 등 4대 대책을 마련했다.

실업자들도 몸을 낮추고 눈을 낮춰야 한다.

지금도 3D업종은 일자리가 있는데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들이 눈을 낮추면 10만명 정도는 일자리를 구할 것이다.

유럽의 경우 경제가 잘 되지만 실업률이 우리보다 높다.

2차산업보다는 3차산업, 서비스산업, 문화예술, 영상산업, 벤처기업 등의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 노사분규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기준과 대책은 무엇인가.

"노사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노사 양측 사이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키며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3자간 합의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살아야 노사도 있다는 점이다.

노사는 고통과 성과를 함께 분담하면서 기업살리기를 우선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을 살려나가는 과정에서 고통은 물론 성과도 분담하는 "신노사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분규시 정리해고의 원칙과 불법파업 불용원칙을 세웠다고
본다.

만도기계의 경우 타협할 여지가 없어 공권력이 투입됐다"

-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농어촌 부채탕감 대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축산.원예정책자금 5천7백억원의 상환을 연기하는 등 대책을 마련중이다.

농가소득을 증대시키는데 농업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예산 물류비용을 6.5%에서 15%로 늘렸고 2~3년내로 30%로
확대할 것이다"


- 공공부문 개혁에 관한 구상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가.

"공공부문 개혁이 미진하다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개혁을 2000년으로 미뤘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개혁을 계속하되 마무리는 2000년에 이루겠다는 말이다.

공무원과 공공부문에서 2만명 감원을 목표로 작업이 진행중이고 봉급도
10% 삭감하는 등 공공부문도 결코 무풍지대는 아니다.

공직사회는 말단까지 부패청산이 이뤄질 것이다"

- 개혁의 속도나 범위가 기대에 못미치고, 정부가 당초 주장한 것에 비해
후퇴하고 있다는 견해들이 있다.

"우리가 개혁에서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기업,노사분야 등 아직 충분치 못한 부분도 있다.

금융, 기업, 공공분야 개혁을 추진해 체질개선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

- 내달 일본방문때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경제분야에서 새로운 한.일 협력관계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가.

"일본이 추진하는 금융구조개혁, 경기회복 등 두 가지 과업이 정말
성공적으로 진행돼, 일본이 하루속히 힘을 회복하기를 바란다.

일본무역업계가 철폐되기를 바라는 수입선 다변화정책도 멀지 않아 종결
시킬 생각이다.

경제분야에서 양국간 공동이익 뿐만 아니라 아시아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양국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