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은행 종금사 등 제1,2금융권에
11조3천억원의 긴급자금을 직접 대출토록 의결한 것은 신용경색현상을
해소, 어떡하든 금융기관과 기업연쇄부도라는 파국을 막아보자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지금처럼 돈이 돌지 않은채 은행 종금등 모든 금융기관이 기업여신을
동결하거나 회수할 경우 멀쩡한 기업도 살아 남을수 없다는 "벼랑끝 심리"가
한은의 표현대로 "특단의 조치"를 시행토록 했다.

금통위가 한은법 제94조(민간에 대한 직접 대출 가능)를 발동하면서까지
한은으로 하여금 종금사 등 제2금융권에 직접 대출을 시행토록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은법대로 하면 "심각한 통화신용의 수축기"(제94조1항)가 아니면 힘들다.

한은이 이런 조항을 차용하면서까지 직접대출을 의결한 것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11조3천억원이 일시에 금융권에 풀림에 따라 현재의 신용경색현상은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종금사와 증권사가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직접 자금을 쓸수 있게된 만큼
제2금융권은 물론 거래기업들도 부도위기에서 벗어나고 증시안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자금지원규모및 방법 =총 11조3천억원으로 결정됐다.

은행이 7조3천억원이며 종금 증권 투신사가 4조원이다.

은행에 나간 7조3천억원은 업무정지를 당한 14개종금사에 묶인 콜자금
(산업은행 종금사 증권사 1조1천5백68억원 포함)이다.

한은은 이중 2조7천억원은 신탁계정에 공급키로 했다.

신탁계정에 공급되는 돈은 한은에서 신탁계정으로부터 2조7천억원의
국공채를 매입한뒤 신탁계정이 신용관리기금에 대출, 신용관리기금이 은행에
예금을 지급하는 형식을 취했다.

한은은 은행계정에 4조6천억원을 공급키 위해 "은행에 대한 유동성지원을
위한 대출제도"를 마련,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키로 했다.

이 돈은 만기 3개월이내로 대출되며 금리는 평균콜금리에 1.0%포인트를
뺀 수준으로 결정된다.

은행들은 이 돈을 받는 즉시 14개종금사에 묶인 산업은행 종금사 증권사
등에 1조1천5백68억원을 공급했다.

증권사와 종금사에는 각각 2조원과 1조원이 공급된다.

한은은 증권금융에 2조원을 대출한뒤 필요할때마다 증권사에 지원토록 했다.

또 종금사들은 신용관리기금을 통해 통해 1조원 범위내에서 필요자금을
쓰도록 했다.

대출금리는 콜금리가 적용되며 만기는 최장 6개월이다.

투신사에는 환매채(RP)거래를 통해 1조원을 직접 공급했다.

<> 자금지원효과 =일단 종금사 증권사등 제2금융권이 부도위기에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관들은 그동안 예금인출 등으로 인한 부족자금을 은행을 통해 차입해
왔다.

그러나 은행들이 자금공급을 꺼려 무더기로 부도위기에 몰려 왔으며 예금
인출사태도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이들 기관과 거래하는 기업들도 긴급자금을 융통하지 못해
연쇄부도가 우려됐다.

증권사들은 주식과 회사채를 투매, 증시폭락을 부채질했다.

한은이 일단 제2금융권에 4조원의 긴급자금을 직접 대출함으로써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거래기업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으며 콜거래의 정상화와
증시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은행들이 거래기업에 대한 여신을 늘릴지는 미지수다.

<> 자금지원문제 =가장 큰 문제는 통화증발이다.

한은의 특별대출은 통화긴축을 강조하는 IMF(국제통화기금)의 원칙과 배치
된다.

한은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안증권매각 등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여의치 않을 경우 IMF와 마찰이 불가피해 어떻게 풀어
갈지 관심사다.

또 업무정지를 당한 14개에 묶인 돈중 2조7천억원을 은행들에 예금지급형식
으로 우선 지원토록해 일반 고객과의 형평성이 어긋나는 점도 문제다.

특히 해태그룹 등 이들 종금사로부터 예금인출을 하지 못해 부도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들의 불만은 클수 밖에 없다.

나중에 책임소재도 문제다.

금통위가 한은법 94조를 발동, 종금사와 증권사에 직접 대출키로 결정한
만큼 이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의 책임은 전적으로 금통위가 지게된다.

이날 금통위가 길어진 것도 금통위원들이 가능한한 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