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마"는 기아차에 있어 파격의 한 전형이다.

크레도스, 세피아와 같이 보수 일색의 차들만을 보아오던 터에 슈마를 대한
첫 느낌은 신선함, 바로 그것이었다.

시승에 앞서 주유소에 들렀더니 스무살이 갓 넘어 보이는 주유원이 "폼나게
멋있네요"라며 엄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물방울형과 원형으로 구성된 4개의 헤드램프가 글자 그대로 "떡하니" 버티고
있고 그밑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흡사 날렵한 맹수
"퓨마"를 연상시키는 프론트 뷰가 그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뒷 모습은 더욱 특이하다.

기존 헤치백과는 달리 C-필라를 잡아 내린 세미 노치백 스타일에서 "당당함"
을, 그리고 동급 최대의 적재량을 자랑하는 트렁크에서는 "풍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룬 슈마의 스타일링은 "유럽풍의 스포츠형
세단"이라는 선전문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우쭐대는 기분으로 자유로로 나가 보았다.

세피아II의 베리에이션(변형)답게 "중형처럼 기분 좋은" 승차감을 제공했다.

샌드위치처럼 포개진 7겹의 대시보드 판넬로 엔진 소음이 크게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둔턱을 넘었을 때도 그다지 충격이 크지 않은 걸 보니
서스펜션 성능도 짐작이 간다.

핸들링도 전반적으로 안정돼 있었으며 코너링에서의 쏠림현상도 별 문제가
없었다.

항균 처리된 핸들 커버와 기어 손잡이 덕에 끈적거리지 않아서 좋았다.

잠시 차를 세우고 실내를 훑어 보다가 뒷 좌석을 앞으로 제쳐 보았다.

트렁크까지 넓게 트인 공간이 마련돼 스키와 같은 긴 장비를 싣고 다니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슈마 역시 완벽하지만은 못했다.

특히 실내 인테리어나 운전자 편의와 관련된 세세한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시트의 경우 스포티한 이미지를 위해 일체식을 채택했으나 몸통과 머리
부분이 분리된 스타일에 익숙한 우리나라 취향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
이다.

천 시트로 꾸며진 실내 분위기나 수납공간등이 구식으로 처리된 도어 트림
등도 매끄럽지 못했다.

또 재떨이나 동전함 같이 아무렇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별반 배려를 하지 못했다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슈마의 독창적인 이미지는 감각을
선호하는 20~30대 젊은층에게는 상당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슈마(SHUMA)는 "최고"의 뜻을 지닌 라틴어 "수마(SUMMA)"와 야생동물
"퓨마"의 합성어.

가격은 1.5 Si 779만원, 1.5 Di 819만원, 1.8 Di 910만원.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