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에서 전략 시뮬레이션으로"

올초 "디아블로"에서 시작된 롤플레잉(Role Playing.역할맡기)게임의
열풍이 최근들어 급속하게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올해 전반적인 경기부진과 고달러의 여파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있는 가운데서도 최고의 게임장르로 부상한 전략시뮬레이션을
통해 대반격을 노리고 있다.

전략시뮬레이션이 게임애호가들 사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장르로 완전히
자리잡음에 따라 보다 고차원의 시뮬레이션을 가미한 제품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것.

특히 올해 출시된 인기 게임타이틀 가운데 성공적인 타이틀로 불리는
"다크 레인" "삼국지5" "적색경보" "워크래프트" "스톤엑스" 등은 모두
전략시뮬레이션게임으로 분류된다.

이에따라 업계관계자들은 당분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잡기위한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시뮬레이션게임은 개발자가 게임진행 방향과 관련해 다양한 상황을
설정해 놓은 것으로 게임이용자가 그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게다가 점차 보다 고차원적인 시뮬레이션을 요구하는 게임마니아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은 거의 모두 3차원 시뮬레이션을
표방하고 있다.

이같은 시뮬레이션게임의 인기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시뮬레이션게임
"다크레인"을 누가 더 잘할 수 있는지를 가리는 게임대회가 열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LG소프트가 하이텔 천리안 등 국내 4대 PC통신의 8개 게임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다크레인"경연대회를 개최한 것.

이 대회에는 4대 PC통신을 통틀어 총 참가인원이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면 "디아블로"를 시작으로 올상반기까지 최고의 인기를 모은
롤플레잉게임은 줄거리 전개라는 측면에서는 어드벤처게임과 비슷하나
보통 여러명의 주인공이 등장, 서로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가며 게임을
풀어가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게임업체들은 이같은 게임 트렌드의 변화와는 무관하게 국내
게임시장이 극히 불안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연초에 발생한 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사태에 따른
유통질서 붕괴와 자체 제작인력및 기술의 미비 등으로 인해 장기적인
발전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다 최근의 환율급등은 외국 게임타이틀의 라이선싱을 크게 줄일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현재의 게임산업 규모도 유지하기 힘든 위기상황이
도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이 전체 출시타이틀의 90%를 외국에서 사오는 형편임을
감안할 때 로열티 부담증가는 게임타이틀 출시편수의 감소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업계관계자들은 "우선적으로 PC게임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변화가 없는 국내 게임 소비자층의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뒤 "게임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멀티미디어 컨텐트산업의
뿌리로서 하루빨리 인식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수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