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 남편은 오랜기간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다.

김씨는 그동안 병원비 생활비 교육비를 부담할 수 없어 남편이름으로
돼있는 주택을 팔고 전세를 얻는 방법으로 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던 남편이 퇴원한 후 문제가 생겼다.

남편은 아내가 주택을 판 것은 소유주인 자신의 동의없이 이뤄진 것으로
무효라는 것이다.

남편은 김씨로부터 주택을 산 사람에게 돈을 돌려줄테니 집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경우 김씨가 체결한 주택매매계약은 남편의 주장처럼 무효인가.

민법 제130조에서는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타인의 대리인으로 나서서
체결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본인 대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대리인으로 나서서 체결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무효라는
것이다.

김씨의 계약이 유효한지는 김씨에게 남편을 대신할 수 있는 대리권이
있었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부부 사이에는 일상가사대리권이란 것이 있다.

부부공동의 생활에서 일상생활과 관련해 발생한 채무는 부부가 같이
책임을 져야하며 일상가사에 대해 부부 상호간의 대리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부부사이라도 모든 채무에 대해 연대책임을 질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우리 민법에서는 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되는 범위를 정하고 있다.

학설이나 판례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일상가사대리권의 범위는
부부 공동생활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필수품 구입에 국한되고 있다.

예를들어 쌀 부식 등 식료품구입 세금 자녀양육비 가구구비 등이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비를 초과하는 전화가입권의 매도담보, 가옥의 임대,
입원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주택매매계약도 마찬가지로 일상가사대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처가 남편 동의없이 남편명의의 집을 팔아버렸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계약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 민법 126조에서는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했더라도 제3자가 그에게 정당한 대리권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는 계약이 유효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의 경우처럼 남편이 장기간 정신병원에 입원해있고 그런 환경에서
혼자 생활을 꾸려가던 김씨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했다면 주택매수자가
김씨에게 정당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만큼 김씨가 체결한 주택매매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단 이런 경우는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므로 보통의 거래에서는 특별한
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 이심기 기자)

< 도움 = 대한법률구조공단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