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처리된 재계 순위 24위의 해태그룹을 회생
시키기 위한 종합금융사들의 협조융자가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대한 나라종금등 11개 종금사들은 5일 여신담당임원회의를 열었으나 협조
융자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6일 해태에 여신한 총 29개 종금사
여신담당 임원회의를 갖기로 결론을 맺었다.

지난 3일 부사장급회의, 4일 임원회의에 이어 세번째 회의에서도 해태지원
방안을 도출해 내지 못한 셈이다.

그러나 6일 회의에서 해태가 연말까지 자금지원을 요청한 1천5백억원의
협조융자가 합의되면 사장단 회의도 연이어 열기로 합의, 해태의 지원방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해태에 비교적 여신이 많은 11개 종금사가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전
금융권의 여신동결과 해태 주력 5개 계열사와 종합조정실에 자금관리단
파견 등을 전제로 추가 담보를 받고 협조융자를 하는데 대해 7개사가 참여
의사를 밝힌 반면 3개사가 유보, 1개사가 반대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해태를 살리는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특히 해태그룹 박건배회장이 정기주 종합조정실장과 함께 이날 회의에
참석, 해태의 강력한 자구의지를 보이고 종금사의 협조융자가 성사되면
화의와 법정관리도 철회시키겠다고 밝히는 등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종금업계를 설득하는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서울소재 종금사 임원은 "오늘 받은 자구계획의 내용을
밝힐수는 없지만 현실성이 있고 믿을만했다"며 평가했다.

11개 종금사끼리도 총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29개사의 합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그러나 은행권도 종금사의 협조융자가 시행될 경우 빠른 시일내에 해태의
부도어음을 회수하는 등 부도기업의 멍에를 벗겨 주는 동시에 나머지
4백53억원의 협조융자를 실시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해태의 앞날은
어둡지만은 않다는게 금융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