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는 기아문제를 풀기위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장경제원리를
그토록 내세우던 정부가 왜 갑자기 개입하는지 의심스럽다"

정부가 기아그룹의 법정관리방침을 발표한 22일 일본 도쿄모터쇼에 참석중
이던 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대한항공편(KE702)으로 귀국, 김포공항을 빠져
나오면서 정부방침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김회장은 또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거취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지속적
으로 밝혀온대로"라고 말해 당분간 퇴진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채권단의 이번 법정관리결정에 대해 어떻해 생각하는가.

"정부가 왜 갑자기,그것도 그렇게 강력하게 개입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정부가 그동안 불개입원칙을 내세우며 견지한 시장경제원리가 갑자기
왜곡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정부개입의 타당성은 있다고 보는가.

"정부가 개입의사가 있었으면 처음부터 문제해결에 앞장섰어야 한다.

그랬으면 기아나 협력업체 상황이나 현경제상황이 이같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에서 기아경영진 퇴진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아로서는 그동안 계속 밝혀 왔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최선의 방안은 무엇인가.

"화의를 통해 회사를 재건하는 것이다"

-화의를 하면 그룹의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1백40개국에 진출계획을 갖고 있는 기아그룹의 국제신용 등을 손상시키지
않고 재건할 능력이 있다.

왜냐하면 지난해까지 설비확충이 끝나 이젠 생산하는 것만 남았고 더이상
돈들어갈 일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무상환의 일부를 유보해 주면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

-그러면 정부에서 왜 법정관리를 선택했다고 보는가.

"화의제도에 대한 역사가 짧아 정부와 채권단에서 화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모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제3자인수에 대한 의견은.

"잘 운영되고 있는 회사를 뒤흔들어 흡수합병하려는 것은 받아들일수 없다.

삼성이 그 방아쇠를 당긴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실탄은 현재 실종된 상태다"

-화의가 받아들여진다면 용퇴할 생각은 있는가.

"아직 대답할 단계가 아니다"

-정부의 법정관리방침은 언제 알았는가.

"오늘(22일) 아침에 알았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