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의 주세분쟁을 판가름내는 세계무역기구(WTO)내
한-EU간 주세패널이 오는 16일 설치된다.

이 패널에서 양측은 국익과 자존심을 건 "진검승부"를 내년 하반기까지
벌이게 된다.

9일 재정경제원에 따르면 지난 1일 EU집행부측이 패널 설치를 요구하는
안건을 제출함에 따라 WTO는 16일자로 일종의 법정인 패널을 출범시켜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세제도의 차별성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한국와 EU는 패널이 설치된지 3주일내에 전세계 국제통상전문가중에서
양국간 합의아래 3명의 패널리스트(재판관)을 선임하게 된다.

패널리스트가 확정되면 원고측인 EU는 한국을 WTO에 제소한 이유를 서면
으로 제출하게 되며 한국도 EU 제출이후 3주내에 반박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주세패널은 내년초쯤 양국 관계자가 출석한 가운데 2~3회간의 출석심리를
갖고 한국의 주세관련 세법이 과연 소주와 위스키를 부당하게 차별하고
있는지 여부를 결정, 대체경쟁관계 유무에 관한 최종보고서를 WTO내 분쟁
해결기구(DSB)에 제출, 공식입장을 확정하게 된다.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주세문제가 WTO 패널에 회부된 만큼 신희택
김두식 변호사 등 국내 통상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통상전쟁에 임할
예정이며 필요에 따라 브뤼셀에 거주하는 외국인변호사도 고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주세패널에서 희석식소주와 증류식소주의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일본과는 달리 우리의 소주시장은 전적으로 희석식소주 매출에 의존하고
있는 등 대중주인 소주와 고급주인 위스키간에 대체경쟁관계가 없는 만큼
세율격차는 당연하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이에반해 EU측은 일본이 지난 96년 7월 WTO패널에서 패배한 것을 전례삼아
일본과 한국의 소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만큼 소주와 위스키세율을
같게 해야만 위스키에 대한 차별조치가 시정될수 있다는 점을 주장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대개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WTO패널에서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경우 내년 가을쯤 WTO내 상소기구에 재심을 요구하며 여기에서도 패소
하더라도 시정계획서 이행기간을 충분한 확보, 국내 소주시장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EU측에 현재 35%인 희석식소주세율을 62.5%로, 증류식소주의 경우
50%에서 1백%로 인상하되 1백%의 위스키세율을 고수할 것을 제안했으나
거부당한바 있어 만약 패소할 경우 소주세율의 인상폭은 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EU측은 WTO에 제소한 일부 통상현안에서 잇따라 패소, 한국과의 통상전쟁
에서 승리, 실점을 만회할 복안이어서 한국정부는 그 어느때보다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위스키수입금액은 지난 94년 7천5백98만9천달러에서 95년에는
1억2천1백65만8천만달러로 60.1% 급증한데 이어 지난해의 경우 전년보다
53.6% 증가한 1억8천6백91만7천달러에 달할 정도로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