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해법이 다시 혼미해지고 있다.

기아그룹의 화의 신청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다
은행 종금 등 채권단내에서도 화의 동의여부를 둘러싼 견해가 엇갈려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기아그룹에 대한 자금지원은 물론 협력업체 문제도 이제는
기아가 알아서 할일이라며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어 기아해법을 둘러싼
정부 채권단 기아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내닫고 있다.

따라서 기아그룹이 조만간 법원으로부터 화의절차에 의한 재산보전 처분을
받아내더라도 은행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지못해 결국엔 부도를 내고 법정관
리로 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제52차 IMF총회 참석차 홍콩을 방문한 강경식 부총리겸재정경제원 장관은
24일 오전 현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아그룹의 화의 신청으로 기아에
대한 부도유예협약은 무효가 됐다"고 밝히고 "이로인해 발생할 기아와 협력
업체들의 연쇄부도 등 파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기아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부총리는 법정관리는 추가적인 자금을 지원해 기업을 살리는 기능이 있는
반면 화의는 단순한 채무 상환 유예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기아가
스스로 화의를 선택한 이상 정부가 따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할
입장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강부총리는 특히 정부가 기아로 인해 발생하는 채권단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은행이나 종금사들을 지원할 구체적인 방법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채권단내에서도 화의에 대한 입장들이 달라 쉽사리 결론을 내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선홍 회장의 퇴진 문제와 관련, 강부총리는 김회장 사표는 부도유예
기간중에 실시되는 자금지원의 조건이었을 뿐이며 이제는 그 문제가 의미가
없다고 밝혀 기아측과 이문제를 두고 더이상 협의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기
도 했다.

강경식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3일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화의보다는 법정관리를 기아해법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윤증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역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아문제를
풀기위해서는 법정관리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협력업체에 대한
추가지원을 하더라도 기아가 부도나면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에 우선 기아
자체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아그룹 채권단은 당초 이날 오후 2시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운영
위원회를 돌연 취소하고 26일 운영위원회를 개최하기로해 채권단 내에서도
화의에 동의할 것인지 곧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견해차가 있음을 드러냈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