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피혁산업을 이끌어왔던 대전피혁공장이 오는 10월31일 문을 닫는다.

문을 닫는 공장부지에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

회사관계자는 "사향산업인 피혁산업이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않고 있는
데다 채산성이 계속 악화돼 더이상 회사를 운영할 수 없어 이달말까지만
생산활동을 한다"고 18일 밝혔다.

회사측은 이에따라 그동안 외주업체로부터 받아놓은 주문물량을 이달말까지
만 생산하고 오는 10월 한달동안은 공장폐쇄에 따른 준비작업을 하기로 했다.

회사측은 협력업체들의 생산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기위해 최근
협력업체에 용역관계 정리를 위한 공문을 보내고 계약해지를 진행시키고
있다.

지난 1917년 설립돼 올해로 회사설립 80주년을 맞은 대전피혁은 그동안
명실상부한 대전지역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대전시 중구 태평동 513번지 유등천변에 위치한 대전피혁은 한참 잘나갈
때는 종업원 1천여명에, 매출액도 9백억원대에 이르렀다.

그러나 90년대들어 피혁산업이 사향산업으로 국내 중추산업에서 밀려나면서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대전피혁도 생산라인을 중국
으로 서둘러 이전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대전공장의 인력이 1백30여명선으로 줄었고 생산량도 연간
4백억원대로 격감했다.

게다가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조성되면서 주민들이 "공해업종은
도심에서 철거하라"며 시위를 하는 바람에 골치를 썩는 등 회사경영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역민들과의 마찰로 공장이전을 검토해야만 했고 수십억원을 들여 악취
제거를 위한 집진시설을 해야만 했다.

회사측은 지역민들과의 마찰이 심해지고 생산량 격감으로 적자경영이
지속되자 지난해 계열기업중 비상장기업인 효성기계공업과 합병을 했다.

다음달말 공장문을 닫음에 따라 효성기계공업 대전피혁사업본부로 명맥을
유지해왔던 대전피혁이 결국 피혁산업의 한페이지를 남기고 마감하게 됐다.

회사관계자는 "계속되는 적자로 더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가 없어 문을
닫기로 방침을 세웠다"며 "조만간 시공업체 선정을 하고 대단위 아파트단지로
개발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측은 공장문을 닫기로 했으면서도 근로자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
하지 않고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대전=이계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