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부터 상승세를 보여오던 금리가 26일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이날 회사채 유통수익률(3년만기)은 전날보다 0.15%포인트 떨어진 연11.75%
수준에 머물렀고 CD(91일물) 금리도 전날보다 0.05% 하락, 연12.0%에 그쳤다.

금리가 이처럼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시중에 공급요인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급여이체 등으로 자금수요가 많았던 지난 24일 전체 은행의 당좌소진잔액은
9조2천4백89억원에 불과, 금리가 연중 최저치를 보였던 지난 9일의
9조1천2백60억원에 비해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에 반해 이달말까지 자금시장과 외환시장에 신규로 유입될 물량은 3조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화부문에선 투신사들이 조성한 외수펀드 10억달러와 월말수출대금
10억달러가 유입될 예정이고 원화쪽에선 국세환급분 3천5백억원과 교육부
양여금 3천억여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이에 따라 "당국이 통화를 급격히 환수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금리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시장관계자들은 그동안 연12%대 이하로는 채권을 사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지난 25일 오후 늦게 연11.8~11.9%대의 금리에 회사채
물량을 매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 하락속도가 가파를 것으로 보는 시장관계자들은 드문 편이다.

우선 반기말 결산을 앞둔 은행들이 BIS 비율 하락을 우려, 자금운용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는데다 최근 다시 불거진 일부 기업의 부도설로 자금시장
의 불안심리가 채 가셔지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은행들은 연12%대 이하의 CP는 가급적 매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어 자금시장이 단기에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보기엔 이르다.

또 다음달 중으로 예정된 4단계 금리 자유화 이후 단기적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금리추이를 섣불리 점치기는 어렵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당분간 점진적인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국내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감안해 외환당국이 환율을 관리하더라도
수급여건 자체가 무시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달초 국내 투신사들이 설정하게 될 외수펀드는 대략 10억달러로 예측
되고 있다.

이 자금은 국내 주식시장 투자를 위해 외환시장에서 어차피 원화로 환전
돼야만 한다.

따라서 외환시장에는 상당한 공급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주택은행이나 국민은행 한국통신 등이 발행 준비중인 DR(주식예탁증서)도
외환시장에서는 공급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공급물량이 많다고 환율이 무작정 하락할 것으로 점치기는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외환당국의 환율 관리의지가 얽히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은 현재 외환보유고를 3백50억달러까지 늘린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매수여력은 충분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환율이 급락세를 보이면 언제든지 매입 개입에 나설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5일 달러화당 원화의 환율이 8백87원20전까지 떨어져 8백87원대
붕괴가 우려되면서 바로 매입 개입이 시작됐다.

이날 외환당국은 7억달러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수급상황이나 엔화 강세 달러화 약세 등을 감안할때 환율 하락세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국내 산업계가 가격경쟁력을 잃지 않는 수준에서는 관리될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외환딜러들은 단기적인 환율저점을 8백85원선으로 예측하고 있다.

< 박기호.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