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옷을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똑같은 의류라도 매장마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인 까닭에 소비자입장에서
현명하게 의류를 구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속칭 땡처리매장으로 불리는 재고의류덤핑매장.

이곳이 바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의류를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이다.

땡처리매장에 가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브랜드를 최저가에
살 수 있다.

판매가격은 정상가의 20%수준.

할인폭이 80%에 이른다는 얘기다.

일부품목은 할인폭이 90%에 이른다.

비록 재고품이지만 품질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보통 1년가량된 재고품이 많으며 6개월 정도된 의류도 상당 수 있다.

첨단패션만을 고집하는 소비자가 아니라면 땡처리매장은 그야말로 실속
구매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땡처리매장에서는 왜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의류를 판매할 수 있을까.

유통과정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제조업체에서 막나온 신상품은 제일 먼저 백화점이나 대리점 등으로
공급된다.

여기에서 팔리지 않은 1년가량된 재고품은 백화점이나 대리점의 바겐세일
균일가전 등으로 소화된다.

이때 남은 물건이 바로 땡처리업체에 넘어간다.

땡처리업체는 정상가의 5~20%정도로 재고품을 사들인다.

땡처리업체는 이 상품을 일시적으로 임대한 대형매장이나 자체할인매장에서
처분한다.

땡처리업체가 붙이는 마진은 30~40%정도.

일부 대형 땡처리업체는 사들인 재고품을 영세땡처리업체에 공급하기도
한다.

영세업체는 또 30~40%의 마진을 남기고 판매한다.

이 단계까지 의류의 재고기간은 통상 1년이내이다.

그래도 안팔린 재고품은 마지막으로 수출되거나 기부되면서 최종처리된다.

수출은 컨테이너당 얼마씩 그야말로 헐값에 팔려나간다.

기부대상은 주로 양로원 고아원 등이다.

땡처리매장에서 판매되는 재고품은 재고기간에 따라 할인폭이 천차만별이다

1년된 재고품은 정상가의 20%안팎, 2년된 것은 정상가의 10~12%수준, 또
3년된 의류는 5~7%, 3년이상은 정상가의 1~2% 수준까지 떨어진다.

땡처리업체도 규모에 따라 그 기능이 서로 다르다.

대형 땡처리업체는 소매와 함께 영세 땡처리업체에 물건을 넘기는 도매
기능도 병행한다.

땡처리업체는 현재 전국적으로 3백여 업체가 성업중이다.

3,4년전에는 기껏해야 50여 업체에 불과했다.

또 매장을 임대, 땡처리행사를 기획하는 땡처리전문 이벤트업체도 1백50여
곳으로 늘어났다.

재고의류의 최종처리방법인 수출 전문업체도 서울 20여곳을 포함,
전국적으로 50여 업체가 사업을 하고 있다.

90년대들어 의류업계의 구조적인 불황이 시작되면서 땡처리로 판매되는
의류재고품도 연간 5천여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땡처리전문업체인 쁘띠떼로 전한택 사장은 "매장의 규모가 크고 상품
구색이 다양하면 대규모 땡처리업체가 운영하는 매장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경기불황으로 의류업체마다 재고품이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이를 처리하는
땡처리매장이 최근들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재고기간도 갈수록 짧아져 6개월가량된 비교적 신상품들도 적지 않게
땡처리되고 있다.

특히 대형상가 체육관 구민회관 빈공터 등을 10여일씩 일시적으로 임대해
재고의류를 파는 비상설 땡처리매장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역도 서울과 부산 광주 등 대도시위주에서 최근들어 전국의 웬만한
규모의 시 군단위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류업체들은 늘어나는 재고품을 처리하기위해 특판팀을
강화하거나 신설, 땡처리매장이나 행사장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추세여서
땡처리를 둘러싼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심지어 백화점세일 때나 볼 수 있던 자동차 냉장고 등이 땡처리매장에
경품으로 등장할 정도이다.

땡처리는 장소와 행사일정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소비자입장에서는 언제
어디서 행사를 하는지 잘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이다.

땡처리업체들의 광고방법은 행사장 주변에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신문광고
전단을 뿌리는게 고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행사가 벌어진 장소에서는 개최하는 업체가 바뀌더라도
계속해 열리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 행사장 찾기가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장소를 일시적으로 빌리는 땡처리매장에는 행사초반에 가는게 유리하다.

행사막판으로 갈수록 상품구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규모 땡처리업체가 직접 판매하는 매장이나 행사장을 찾아가는 것이
영세한 땡처리매장에서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소규모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유통과정을 한단계 더 거치면서 그만큼
물건값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땡처리매장이 애프터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땡처리 주고객은 30~40대 주부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실속파 젊은이들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취급품목도 의류에서부터 액세서리 잡화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불경기에 따른 실속구매열기에 발맞춰 "땡처리열풍"은 당분간 전국을
강타할 전망이다.

< 류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