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운영위원회(AOC)는 지난 25일 서울지방항공청에 승객들의 기내농성이
벌어질 경우 공권력을 투입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항공사들이 승객들의 항의 농성에 대해 공권력을 요청한 것은 국제 항공
업계에서 드문 일로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
이었다.

"김포공항등 국내 공항시설이 부족하고 운영이 미숙해 항공기의 결항이나
지연 사례가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승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게 되지요.
이처럼 시설부족으로 인한 지연사태까지 항공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

국내취항 32개 항공사 모임인 AOC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봉서 회장
(타이항공 지점장)은 취약한 공항시설속에 정상적인 운항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시설부족으로 피해를 보는것은 여객뿐 아니라 화물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김포화물지점측은 공항시설 부족으로 항공운송의 만성적 정체가
항상 일어난다면서 시설확충과 함께 화물창고운영, 화물통관을 위한 세관
운영등의 제도개선도 시급하다고 설명한다.

항공화물은 고가 가전제품이나 반도체 집적회로(IC) 생화등으로 고가이며
신속성을 요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수출품은 섬유및 의류 잡화 컴퓨터및 전자제품 기계 전기제품등이고 수입
화물은 기계 전자 전기 통신및 의약품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물량중 항공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물량 기준으로
0.3%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수출 10.3%, 수입 16.1%로 수출입
전체에서 13.2%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항공화물의 금액 기준은 수출입 전체의 50%, 일본의 경우
수출의 16%, 수입의 22%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항공화물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국제화물 운송실적은 지난 89년 71만1천t에서 96년에는
1백43만1천t으로 매년 10%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적 항공사의 국제화물 수송실적은 1백1만t으로 전체의 70.3%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주노선이 40만9천t으로 전체의 31.6%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동남아 노선이 40만5천t으로 31.4%, 일본 노선이 30만5천t으로
23.6%를 나타냈다.

공항별로는 김포공항이 전체 공항물량의 절반을 넘고 있다.

김포공항의 통과화물은 1백8만t(95년기준)으로 전체 물량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월별로는 10월이 전체 수송의 9.5%로 물동량이 가장 많고 2월이 6.6%로
비중이 가장 낮은 상태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항공화물의 비중은 높아질수밖에 없습니다.
경기침체로 올들어 물동량 증가추세가 주춤해졌지만 항공수송량 증가에
대처해야할 시점입니다"

교통개발연구원의 홍성욱 물류실장은 시설투자도 필요하지만 빠른 통관을
위한 세관운영절차 개선, 화물창고및 주차장관리등 운영제도의 개선도 필요
하다고 강조했다.

김포공항의 연간 화물처리 용량은 1백64만t으로 한계치인 1백67만t에
육박, 시설확충이 시급한 상태다.

제주공항이나 대구공항등 지방 공항의 처리능력은 이미 90년초에 용량을
넘어섰다.

정부와 공항공단등은 현재 부족한 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연말까지
김포공항의 국내선 화물청사를 증축중이다.

또 항공기 주기능력 확대를 위해 계류장을 확대하고 있고 항공수요 분산을
위해 항공사 재배치작업과 항공기의 운항시간을 재조절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 대책으로 영종도 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역할분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활주로의 혼잡으로 인한 비행기의 이착륙 지연을 해소하기
위해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항공제한시간의 탄력적 운영등도 검토중이다.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관세청에서 수출입 화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관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통관전산시스템인 EDI를 개발,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