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3cm의 단신.

올해 44살의 처녀박사.

평생연구테마는 "식물체 체세포를 배발생세포로 변화시키는 촉발요인
탐구".

한국인삼연초연구원 유전생리부 안인옥박사는 지난해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한발짝 다가섰다.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시험관 복제인삼"을 탄생시킨 것.

지난 83년 인삼연초연구원 식구가 된 이후 14년동안 오로지 이 연구과제
하나에만 매달려온 끝에 맺은 결실이다.

"인삼의 경우 우수한 종자를 선별해 보급하기가 어렵습니다. 개체당
종자수가 50여개 정도인데다 그것도 3~4년을 기다려야 얻을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품종의 농가보급이 그만큼 더딘거죠"

그의 실험실에서 자라고 있는 복제인삼은 그러나 우수품종보급의 이같은
난점을 일거에 해소할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902년 독일의 하버브란트란 사람이 "식물체 체세포를 배발생세포로
변화시켜 우수품종의 대량증식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후
인삼분야에서는 첫 실증사례라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가 만든 복제인삼의 탄생비밀은 2,4-D란 식물생장호르몬을 중심으로한
배양조건에 간직되어 있다.

인삼떡잎에서 떼어낸 좁쌀모양의 체세포배에 이 호르몬을 넣어주면 체세포
배는 한달에 10배이상의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

그런다음 이 호르몬을 제거하면 증식된 체세포배가 분할을 시작, 각각
독립된 완전한 개체로 성장한다.

"완전 실용화되려면 실제 인삼밭에서의 생육실험을 거쳐야 합니다. 몇년은
족히 걸리는 과제지요. 하지만 실토양실험이 끝나면 우수품종의 인삼육종
기간을 크게 단축시켜 고려인삼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는데 한몫할
겁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최종목표는 식물체 체세포가 어떤 원리에 따라 배로 변하는지를 밝혀
여백으로 남긴 채 끝낸 박사학위논문의 결론을 완벽히 채워넣는 것이다.

이는 생명현상의 비밀을 해독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맡은 일을 해낼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여성이란 사실을 더도 덜도 의식하지 않고 연구활동에 임하고 있다는
그는 여성만큼 섬세한 생명의 비밀은 결국 여성의 손에 의해 풀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