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령탑을 맞은 삼성전자가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국내외 총 매출을 20조7천억원으로 미래형 사업에 R&D 투자를 집중하겠다
는게 골자다.

신임 윤종룡 대표이사 사장의 첫번째 작품인 셈이다.

"전자업계의 21세기는 이미 시작됐다"는게 윤사장의 상황인식.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그만큼 어렵고 예측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까.

윤사장은 유난히 ''소프트''와 ''스피드''를 강조한다.

"변화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윤사장을 만나 삼성전자호의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반도체가 아무래도 최대 관심사입니다.

올해 시장 전망은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대만업체들이 변수입니다.

5~6개 회사가 16메가D램을 출하하는데 물량기준으론 큰 문제가 아닙니다.

전부 합쳐봤자 삼성전자 한 회사의 생산량 정도거든요.

하지만 처음 시장에 나오는 만큼 고정거래선을 찾기 힘들고 이 물량을
스폿시장에 내다팔게 되면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지요"

-아예 64메가D램 시장으로 빨리 이전하는게 좋지 않습니까.

대만에 대한 견제도 되고 말입니다.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반도체 구매업체들은 통상 전세대 가격의 4~4.5배를 넘지 않아야 차세대
제품을 삽니다.

현재 16메가가격이 개당 6~7달러니까 64메가는 개당 30달러 미만이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그러나 64메가는 지금 50~60달러를 호가합니다.

구매업체들로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지요"

-16메가 가격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사업구조가 너무 메모리위주로 치우쳐
있기 때문 아닙니까.

"옳은 지적입니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비메모리의 비중이 15% 정도였습니다.

반면 세계시장에선 메모리 비중이 오히려 35%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취약한 구조라는 얘기죠.

지난달에 기존 마이크로사업본부를 시스템 LSI로 개편한 것도 비메모리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장기적인 해결과제지요"

-최근 영상사업단이 삼성전자로 들어오는 등 이른바 컨텐츠사업이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컨텐츠 비즈니스는 지식과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중요시됩니다.

훌륭한 영화 한 편을 수출하는 게 자동차 수십만대를 파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도 있지 않습니까.

사실상 삼성전자의 미래는 여기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러나 어려움은 많습니다.

컨텐츠사업의 핵심은 창의성이기 때문입니다.

문화적 인프라를 먼저 갖추어 나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해외시장에서도 지속적인 확대전략을 추진하시겠지요.

"글로벌 전략의 초점은 현지완결형 시스템입니다.

삼성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해외복합단지는 이같은 전략의 핵심고리지요"

-삼성전자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없을까요.

"꼭 삼성전자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반적으로 대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겠지요.

덩치가 커지다 보면 조직이 관료화되고 의사결정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
말입니다.

미래의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시대변화에 맞게 회사를 변혁시키는 능력
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본사" "작은 본부"로 소프트.스피드 경영을 실천
하는 것 아닐까요"

-윤사장께선 기록과 메모에 남다른 면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의 분위기를 경영에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선 메모가 도움이 되지요.

개인적으론 중학교때부터 일기를 써온 것도 보탬이 됐고요"

< 이의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