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 발상지인 이 업체 영등포공장(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582번지)이
설립된지 64년만에 철거된다.

OB맥주는 3일 지난해말 공원용지로 서울시에 매각돼 지난달 10일 가동이
중단된 영등포공장(연산 18만5천kl)의 시설 철거작업을 이날부터 시작해
월말까지 마치기로했다고 밝혔다.

OB맥주는 영등포공장의 설비가운데 사용이 가능한 필터등은 현재 건설중인
대전공장으로 옮기거나 해외이전을 추진하고 노후설비는 고철로 폐기하기로
했다.

모두 1만9천4백91평으로 1천1백39억원에 서울시에 매각된 이 공장부지는
시의 "녹지확충 5개년계획"에따라 공원으로 조성된다.

OB맥주 영등포공장은 일본 기린맥주에 의해 지난 1933년 12월 "소화기린
맥주"로 설립돼 이보다 4개월 일찍 세워진 "대일본맥주주식회사"
(현 조선맥주의 전신)와 함께 일제 강점기의 맥주 양사체제를 구축했다.

소화기린맥주는 1945년 해방과 함께 한국인 주주인 두산그룹 초대회장
박두병씨에게 경영권이 인계됐으며 48년 2월에는 동양맥주로 회사명칭이
변경되고 상표도 "OB맥주"로 바뀌었다.

공장설립초기 연산 4천2백40kl였던 OB맥주 영등포공장은 60,70년대의
맥주붐을 타고 지난 79년 18만5천kl로 생산능력이 대폭 확충됐다.

이 공장은 지난달 10일 가동이 중단될때까지 64년 동안 4억9천5백50만
상자 (5백ml 기준 99억1천만병)의 맥주를 생산했다.

이들 맥주병은 옆으로 눕힐 경우 서울과 부산 사이를 2천9백46회,
지구둘레를 62.9회, 지구에서 달을 3.28회 왕복할 수 있는 길이이다.

이 공장에서는 기린맥주를 비롯 "OB", "OB몰트비어", "OB보크비어",
"OB필젠비어", "OB블랙비어" 등을 거쳐 현재의 주력제품인 "OB라거"까지
생산됐다.

OB맥주 영등포공장은 두산그룹이 26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서열 12위의
재벌로 성장하는데 "생명수(돈 줄)" 역할을 한 모태로 평가받고 있다.

<서명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