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의 세진 따라잡기".

서울지역 입성에 성공한 나진컴퓨터랜드가 컴퓨터유통업계의 기린아 세진을
어느정도 따라잡을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11일 잠실 방배 목동에 3개매장을 오픈, 대구.경북지역에서 서울에
입성한 나진컴퓨터랜드(대표 이상봉)는 보름간의 서울진출기념 현금가
10개월 무이자할인판매를 통해 하루평균 5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려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나진 관계자는 "당초 예상을 넘는 판매고로 서울에서의 사업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나진이 몰고올 돌풍을 기대해도 좋을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업계는 나진의 이같은 영업실적이 지난 95년 부산에서 서울로 진출한
세진컴퓨터랜드(대표 한상수)가 세운 성적에 못지 않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나진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나진은 선발주자인 세진과 닮은 점이 많다.

업계에서 쌍둥이로 보고 있을 정도다.

나진은 또 세진의 덕을 보는 면이 많다.

나진 스스로도 세진을 모델로 설정, 벤치마킹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두 회사는 모두 지방에서의 약진을 발판으로 서울로 진출했다.

급속한 매장확장으로 단기간내 PC유통업계 석권이란 영업전략과 가격파괴
평생AS 무료교육이라는 전술도 똑같다.

나진과 세진은 또 유통외에 컴퓨터제조쪽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나진은 경북 경주에 월8천대규모의 공장을 건설중이며 세진은 곧 충북
충주에 대규모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두회사의 사령탑도 패기만만한 같은 30대라는 점도 흥미롭다.

그러나 양사의 영업전략과 오너의 경영스타일은 대조적이다.

세진은 건물 전체를 빌려 매장으로 활용하고 매장마다 40~80명의 인원을
두고 있다.

스케일이 큰 편이다.

반면 나진은 매장인원 4~8명에 1백50평 남짓의 소규모 다점포전략을 구사
한다.

나진은 이를통해 부대비용과 인건비 코스트를 줄여 세진보다 3~5% 더 낮은
가격대에 제품을 판매한다는게 세진과의 차별화라고 설명한다.

세진 한사장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한 "야전사령관" 스타일이다.

반면 나진의 이사장은 권한을 이양하고 사원을 다독거리는 "맏형" 스타일.

한사장이 고등학교 자퇴 학력에 맨주먹 하나로 신화를 일군데 비해 이사장
은 재력가인 부친의 후광에 힘입어 비교적 평탄하게 사업을 시작한 탓에서
연유되는 것같다.

지난해 세진의 매출은 5천7백억원, 나진은 불과 2백23억원이었다.

아직은 "새발의 피"라는게 나진측의 설명이다.

비교조차 힘든 수준 차이다.

인지도면에서도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내세운 세진은 누구나 알아준다.

반면 나진은 이제 막 마스코트 "호랑이"로 얼굴 알리기를 시작했다.

최근 컴퓨터유통업계에 부는 경기침체 속에서 나진이 대부격인 세진을
어느정도 따라갈수 있을 것인지가 올해 컴퓨터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이다.

< 유병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