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에 달하는 빚덩어리"

한보철강은 과연 누가 인수할 수 있을까.

채권은행단이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추진을 당진제철소 완공즉시 서두른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인수가능 대기업들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한보인수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들이 대부분 난색을 표명하고
있어 한보철강의 새주인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대 LG그룹 등 일부 대기업 그룹들이 내부적으로 한보철강 인수에
대한 검토를 깊숙히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 그룹의 전격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그룹의 경우 23일 회장실의 김갑열전무(재무팀장)와 박종응상무(전략사업
개발단 소속)가 제일은행을 방문,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추진 방안등에 대해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LG그룹측은 이에대해 "제일은행에 그저 인사차 들른 것인데 오비이락격이
됐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한보철강 인수문제를 논의하지 않았겠느냐는게
재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LG는 남북경제교류가 활성화 되면 북한의 제철소를 인수해 철강업에 진출
한다는 복안을 한때 세웠을 정도로 철강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그룹은 이미 내부적으로 한보철강을 인수할 경우 그룹 차원의 손익과
한보철강의 회생가능성 등을 깊이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를 추진했던 현대그룹도 공식적으론 "전기로엔 관심
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한보철강의 인수 가능성 검토를 거의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에 고로를 1-2기 붙여 건설한다면
회생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고 말해 한보철강인수와 고로진출을
연계시켜 추진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당초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던 포철의 경우 삼미특수강의 봉강공장
인수도 벅찬데다 공기업이란 성격상 나중에 또다시 민간기업에 넘겨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실제 인수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포철은 채권은행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당진제철소 완공때까지 위탁
경영을 맡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보철강을 누가 인수하든 간에 5조원에 달하는 부채삭감과 조세
감면등을 요구할게 뻔하다.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는 이들 인수조건에 대해 채권은행단과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양보하느냐에 따라 속도와 최종 인수자가 결정될 것이란 얘기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