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인 무역수지적자 축소작전에 돌입하면서 정유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0순위" 적자축소 대상업종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
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산업부는 올 정유부문 무역적자 목표를 1백38억
달러로 정하고 오는 25일까지 각사별로 "에너지 소비절약 대책"을 마련
하라고 지시했다.

통산부는 각사별로 할당해 원유나 제품수입을 축소하고 유류수출을 대폭
확대한다는 기본방침을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산업부가 세운 이 목표는 지난해 정유부문 무역적자인 1백50억달러
(잠정집계)에 비해 8% 줄어든 수준.

내수 자연 증가율과 원유가격 상승추세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무역적자를
2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료가 국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고 내수비중
이 75%에 달하는 정유업종은 무역수지적자를 줄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
이라고 난감한 사정을 밝혔다.

특히 원유가격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있는 시점에서 적자축소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작년 1월 배럴당 18.3달러였던 원유평균 도입단가는 올 1월엔
22.6달러로 1년사이 23%나 올랐다.

그렇다고 수입물량을 줄이는 건 더욱 어렵다.

정유업체들의 가동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제품가격이 올라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수출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지난해 정유업계는 쌍용정유가 약 30억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린 것을 비롯
전체적으로 약 50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올해 20~30% 정도 늘려 60억~65억달러까지만 올리면 목표달성이 가능
하다는게 정부의 계산이다.

그러나 신규 수출선 개척이 어려운데다 제품생산을 위해 원유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딜레마까지 있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일부에서는 그래서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대책을 내놓기 전에는 정유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방침에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업체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무조건적인 수출드라이브를 걸 경우 업체들은 밀어내기 수출,
출혈수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수치에만 얽매여 인위적인 개입이 이뤄질 경우 국내
에너지수급 불안정은 물론 에너지산업 자체의 경쟁력약화를 초래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