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3가지안에 대해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1안을 제외하고는 현 경영체제를 송두리째 바꾸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논의자체가 잘하는 은행의 은행장에 대해선 임기를 최대한
보장하되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는 은행장은 가능한 빨리 퇴진시킨다는
명분에서 출발했다는 점 때문에 은행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표정이다.

경영실적이 좋은 은행들은 이번 논의를 계기로 "은행장 3연임불가"
조항이 사라질 것이 분명한 만큼 내부적으론 환영하는 모습이다.

<>.내년 2월 정기주총에서 임기를 맞는 은행장은 10명에 달한다.

이중 정지태 상업은행장 나응찬 신한은행장 윤병철 하나은행장 김형영
경남은행장 등 4명이 중임만료된다.

현재로선 이들 은행장들은 감독당국에 의해 3연임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에 지배구조 개편논의로 3연임 불가조항은 사실상 철폐됨에
따라 이들의 3연임도 가능하게 됐다.

특히 이들 은행장들은 대부분 경영실적이 좋은 편인데다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어서 3연임에 한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그러나 경영실적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일수도 있는 만큼 3연임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도 예상되고 있다.

반대로 초임이 만료되는 은행장 6명의 중임은 장담할수 없게 됐다.

지금까지는 현직행장의 중임은 관행화되어 왔다.

그러나 어떤식으로든 현재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가 변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영실적이 부진한 은행장들은 초임에 만족해야만 하는 상황이 초래될
전망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논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은행들은 역시
후발은행들이다.

이들 은행은 대주주 주도의 경영체제가 무리없이 운용되고 있는데다
경영실적도 좋은 편인데 굳이 또다른 제도를 만드는 것은 "긁어부스럼
만들기식"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특히 제2안이나 제3안이 체택될 경우 실질적인 대주주인
재일교포들이 비상임이사회나 경영위원회 참여가 배제되는 아이러니가
연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일교포의 지분율은 전체의 50% 가까이에 달하지만 1%가 넘는 개인주주는
거의 없는 탓이다.

따라서 이번에 제시된 대안대로라면 재일교포가 대주주대표에 포함되지
못하게 된다.

하나 보람 등 후발은행들과 지방은행들도 경영이 실질적으론 대주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제도개편에 소극적이다.

이들 은행들은 현재도 대주주가 중심이된 비상임이사회가 활성화돼 있어
은행장에 대한 감시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는 만큼 현재제도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발시중은행들의 경우 여론은 두가지로 나뉜다.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대부분 제1안을 선호하고 있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권한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장급이하 직원들은 2안이나 3안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은행장독주체제를 견제할 장치를 어떤 식으로든 마련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은 따라서 경영의 효율성을 최대한 살리되 비상임이사에 의한
감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