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동호회가 온라인밖에서도 파워그룹화하고 있다.

당초 공동취미생활을 위해 소규모활동을 지향하던 PC동호회가 최근들어
가입회원들이 급증하는데다 관련분야도 점차 전문화 세분화되면서 관련업계
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

7월말 현재 하이텔 천리안등 국내 4개 PC통신서비스업체에 등록돼 있는
동호회는 총 1,145개.

이중 가입회원 1만명이 넘는 거대동호회수는 30개를 넘고 있다.

관련분야도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증권 영화등으로 점차 다양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이텔은 4개 PC통신서비스사중 가장 동호회활동이 두드러진 곳.

이곳에는 가입회원수가 3만명에 육박하는 OS(운영체계)동호회를 비롯
노트북사용자모임 게임기동호회 소프트웨어동호회 멀티미디어클럽등
매머드급 동호회만도 19개에 달한다.

이들 동호회 취미모임의 단계를 벗어나 수만명의 회원관리를 위해 1명의
대표시삽(혹은 회장)아래 각분과별 담당시삽을 두는등 점차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오프라인활동을 위해 월간지에 버금가는 회지를 발간하거나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한다.

동호회들은 거대.조직화되면서 "압력단체화" 경향도 함께 보이고 있다.

올초 나우누리 동아리회원들이 컴퓨터제조업체인 S컴퓨터사를 상대로 벌인
불매운동이 그 대표적인 예.

S사가 만든 컴퓨터의 부품중 부호처리장치인 DSP(디지털신호처리)칩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나우누리 관련 동호회측은 즉각 S사에
교환을 요구하는 한편 불매운동을 벌였다.

S사는 이문제가 일파만파로 번질 것을 우려, 지난달 "무상 교환"을 결정
했다.

이외에도 하이텔 동아리회원들이 컴퓨터 유통업체인 S사사장의 경영방침을
문제삼아 비판과 공개적인 퇴진요구를 한 예도 있다.

이들은 여직원에 대해 무례한 태도를 서슴지 않는 이회사 사장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지속적인 불매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와함께 열악한 근무여건에 대해서도 거리낌없이 비판하고 있어 이미지
관리에 힘쓰고 있는 이 기업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H전자(모뎀), S전자(반도체 RAM)도 온라인 동호회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사례다.

증권관련 동호회들도 관련 업체들로부터 민감한 감시대상이 되고 있는
"파워유저"그룹중의 하나다.

또 국내 영화유통업체들도 시사회에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영화동아리
시삽들을 같이 초대하는등 PC동호회에 여간 신경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같은 동호회들의 "파워그룹화"의 배경에는 PC통신서비스사의 후원이
한몫하고 있다.

각 서비스사들은 동호회 지원금으로 한달에 5만원에서 20만원까지 정기적
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행사때마다 별도의 지원금과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지원이 이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동호회활동이 곧 서비스사들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동호회에 가입한 회원들은 일정기간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돼 있어 가입이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PC통신서비스사들로서는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각 서비스업체들은 별도의 PC동호회전담반을 구성하면서 동호회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PC동아리들의 활동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S컴퓨터측은 "PC통신이용자들은 익명성을 악용, 책임없는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다.

20명 안팎의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비판하고 다수회원들은 확인과정도
없이 부화뇌동하기도 한다.

이중에는 상대업계를 폄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판활동도 한다"고 지적
하고 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