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에서부터 내구소비재에 이르기까지 산업계 전반에 재고가 급속히
쌓여가고 있다.

특히 산업경기의 선행지표로 볼 수 있는 철강 유화 등 소재류 재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5월말의 철강재고는 1년전에 비해 조강류가
90%가량 늘어나고 판재류도 25% 증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수요업체의 생산활동이 둔화돼
이같은 재고수준은 앞으로 늘어나면 늘어났지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화업계의 재고수준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TPA(테레프탈산) 등 합섬원료의 경우는 5월말 현재 재고가 1년전에 비해
무려 5배나 쌓이는 등 업계 전체가 재고부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는 재고조정을 위해 5월부터 가동율을 74%로 낮췄음에도 이달 15일
현재에도 업계 재고는 전년대비 73% 증가된 상황에서 지속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기계업계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 재고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건설기계 내수판매가 극히 부진해 동남아 등지에
대한 수출로 재고누적을 면하고 있다"며 수출마저 안될 경우 재고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표적 내구소비재인 자동차와 가전업계도 재고부담을 안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최근 파업사태로 인해 일시적으로 줄기는 했으나 파업전만
해도 재고가 8만8천여대로 15일 생산분에 달했다.

이는 적정재고(7~10일분)의 2배수준에 해당한다.

상용차의 경우는 특히 작년 재고의 2배 수준인 2만4천대에 이르러 24일
생산분이나 떠안고 있다.

가전업계 역시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 LG 대우 등 가전3사는 TV VTR 세탁기 냉장고 전자렌지 등 5대 가전
제품의 1~5월중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5~10% 줄어들어 유통분을 포함한
업계재고가 작년말에 비해 15~20% 늘어난 상태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