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경제팀의 향후 대기업 정책 방향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노태우씨의 비자금 사건으로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이중 일부가 사법처리되면서 정경유착을 방지하고 대기업 오너의
전횡을 막을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와 사회
일각에서 아직도 설득력을 갖고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계가 최근 보이고 있는 2세 경영체제로의 전환, 사외이사제 도입
등 변화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가 재계에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들의 이같은 자발적인 변신노력을 감안, 인위적으로 새로운
제도나 법을 동원하면서까지 대기업을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나웅배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도 최근 "현재 있는 제도만으로도 대기업
총수의 경영권 전횡이나 정경유착 관행을 충분히 막을수 있다"고 밝혀
새로운 충격적인 조치는 실시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묵인해 왔기 때문에 이같은 일이 발생했다"
며 "금융.부동산 실명제가 정착되고 상속 증여세등 관련 세법이 제대로
가동되면 대기업의 잘못된 관행은 시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대원칙에 따라 현재 정부가 마련중인 대기업 정책은 크게 두가지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는 과감히 풀되 기업주에 대한 규제는 계속 강화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룹 총수에 의한 선단식 경영이 근절되고 각 개별기업단위로 독립적인
경영이 이루어진다면 정부가 개입할 명분도 필요도 없어진다"는 재정경제원
관계자의 말이 향후 대기업정책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우선 기업주에 대한 규제강화와 관련, 정부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는 것이 기업주에 대한 규제로 연결된다고 보고 <>계열사간 상호보조
(Cross Subsidy) 해소와 <>경영자의 전횡방지에 정책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능을 강화, 대기업 집단
소속 계열기업간 내부거래행위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다만 이같은 정책은 최근 나웅배부총리가 밝힌 것처럼 직접적이고 충격적인
조치보다는 기존의 정책툴(tool)을 활용해 집행해 나간다는게 정부측의
구상이다.

계열기업간 상호보조 해소와 관련,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를 그룹별 여신
한도관리제로 조기에 바꾼다는가 업종전문화제도의 조기 폐지로 주력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과 여신바스켓 제한에 대한 예외조치 철폐
등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정책들이다.

대기업 오너의 독점적 경영권 행사를 막기 위해서는 소액주주의 요건을
완화해 회사장부열람을 쉽게 할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등이 계속 검토되고 있다.

이밖에 상속 증여세제를 강화해 부의 세습을 차단, 장학재단 사회복지법인
등 공익법인을 통한 변칙적인 기업상속을 막는 방법도 정부내에서 고려중
이다.

아울러 금융.부동산실명제 금융소득종합과세등을 철저하게 집행, 부의
편재와 편법적인 세습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러나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방침아래 기업활동
과 관련된 각종 규제는 과감하게 푼다는 입장이다.

특히 금융 토지분야의 규제를 중점적으로 풀기로 하고 현재 주거래은행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 10대 계열기업 소속 기업의 부동산취득승인제를
올해안에 폐지한다는 방침도 세워 놓고 있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