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이 가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따라가겠다" 컴퓨터업계의 "태풍의 눈"
세진컴퓨터랜드.

월평균 40~50억원에 이르는 파격적인 광고공세와 대형매장의 잇따른 설립
으로 "메카톤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진원지다.

대형컴퓨터업체들에게도 세진은 "경계대상 1호"다.

하지만 세진돌풍을 "순풍"으로 이용하는 PC(개인용컴퓨터)업체가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진과의 동행"이라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하며 세진을 등에 업고 도약을
꿈꾸는 아프로만이 그 주인공이다.

아프로만이 업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지난 8월5일부터다.

세진이 인천에 연건평 2천평의 대형매장을 오픈한 이 날 아프로만이 바로
그 앞에 자신들의 매장을 개설했다.

아프로만은 이어 같은달 26일엔 서울 영등포에 매장을 설치했다.

이날 역시 세진이 영등포점 개점의 팡파레를 울린 날이었다.

한마디로 세진이 신점포를 세울 때마다 같은날 같은장소에 자신들의 매장을
설립하고 있는 것.

동행은 하되 홍보는 가급적 하지 않는 점이 특이하면 특이한 점이다.

세진이 신문 방송 등을 통해 화려하게 신점포의 신고식을 하는 것과는
달리 아프로만은 약간의 광고전단을 뿌리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아프로만의 이같은 행동에는 계산된 노림수가 숨겨져 있다.

"세진을 찾아온 고객들은 아프로만의 광고전단을 보고 한번쯤 들르게
된다.

광고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다"(성지환아프로만사장)
이 전략을 떠 받치고 있는 것은 "가격파괴".아프로만은 세진에서 팔고 있는
제품보다 평균 10~20%정도 싸게 물건을 공급한다.

결국 세진이 엄청난 물량의 광고공세를 펴면서 사람을 끌어모으면
아프로만은 싼 값에 물건을 팔아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자금과 조직에서 열세일 수 밖에 없는 소형업체가 대형업체에 맞서
경쟁한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프로만측의 생각은 다르다.

"소규모의 매장으로 재고비용을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
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성사장)는 게 아프로만의 논리다.

실제로 아프로만은 영등포와 인천점의 경우 지난 10월 한달간 9월에 비해
20~30%의 매출신장을 나타냈다.

내친김에 내년에는 회사전체 매출액을 올해(5백억원)보다 2배이상 많은
1천억원의 매출을 돌파하겠다는 포부다.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해선 세진과의 동행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세진이 잘돼야 우리도 잘될 수 있다"(성사장) 하지만 "밀착동행"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세진이 매장을 오픈한다는 정보를 접수하고 이에 맞춰 같은날 인근에
매장을 잡기 위해 "007작전"이 필요했다"고 아프로만측은 밝혔다.

인천점의 경우 아프로만에서 세진이 들어설 매장위치를 파악한 것은
오픈(8월5일)하기 불과 13일전인 7월23일.장소선정을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가 계약을 체결한 때가 8월2일.개장전날인 4일밤에야 플래카드 제작을
비롯한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세진측에서 눈치채지 못하게끔 일도 주로 밤을 이용해 했다고 성사장은
말했다.

물론 아프로만의 의도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중계동점의 경우 세진이 들어설 건물한층을 임대하려던 아프로만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세진이 아프로만이 들어오면 계약을 해약하겠다고 건물주에게 통보했기
때문.

그러나 아프로만측은 장소가 확보되고 여건만 충족된다면 "세진과의 동행"
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프로만의 이같은 전략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손대지 않고 코풀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아프로만측의 생각은 분명하다.

세진과 같은 대형점포가 컴퓨터판매에서 파워센터로서 역할을 수행해주면
부근의 중소업체도 부가이익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를 통해 자연스레
용산전자상가와 같은 컴퓨터전문매장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세진측은 아프로만의 "따라붙기"에 대해 "내심 얄밉기는 하지만 아프로만은
매출액이나 매장규모에서 아직 우리의 경쟁상대가 못된다"(김경종상무)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세진의 돌풍으로 적지않은 타격을 입은 용산전자상가에서
아프로만을 음으로 양으로 돕고 있다는 말도 있어 세진의 입장이 편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프로만의 성사장은 지난 90년부터 3년간 용산전자상가 상인연합회장을
지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앞으로"를 표방하고 있는 아프로만이 세진돌풍을 타고 계속 전진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김재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