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간의 합병에 대한 금융및 세제지원책을 강구중인 재정경제원이
느닷없이 "일본 금융기관도산 처리과정의 정책시사점"이라는 자료를 내놓아
금융가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재경원은 1일 이 자료를 통해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효고은행과 기즈신용
조합의 도산사례를 제시하고 금융기관들의 신용조사기법 개발, 과학적인
자산-부채관리, 임직원및 자회사 정리등이 일본 금융기관들의 시급한
관심사로 대두됐다고 밝혔다.

재경원은 특히 세계에서 금융기관의 안전성이 가장 높다는 일본에서 은행
과 최대규모의 신용조합이 도산함으로써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는 붕괴됐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재경원은 일본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부실이 드러나자 신속하게 "도산"을
결정했다며 이는 이미 부실기관을 퇴출시키더라도 예금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예금자보험제도를 완비해둔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 재경원이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례를 재삼강조한
것을 두고 "예금자보험제 타당성 홍보"차원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은행들이 부담증가를 들어 예금자보험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감안,
일본의 실증적인 사례를 들어 은행들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것.

항간에선 그러나 이같은 의도외에 "우리나라 은행도 망할 수 있으며
은행간의 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경영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뜻이더 크지 않느냐고도 해석하고 있다.

정부가 일부 금융기관 합병추진에 앞서 이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사전홍보
자료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물론 재경원은 단순한 "참고자료"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틀림없다는게 금융가의 시선이다.

<안상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