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반영하는 '변동성 지수(VIX)'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섰다. 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등 단기 처방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파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86포인트 급등해 82.69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1월 최고치(80.74)를 넘어선 것이다.변동성 지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옵션이 향후 한 달 간 어떻게 움직일지 변동성 여부를 수치화한 지표로, 통상 주식시장과 반대의 방향성을 나타낸다. 옵션시장 투자자들이 향후 주가 변동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를 나타낸 것으로 지수가 하락할 때 더 큰 변동성을 보인다.이날 미 증시는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3대 지수가 모두 폭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93%, S&P500은 11.98%, 나스닥지수는 12.32%씩 떨어졌다.미 중앙은행은 지난 주말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 금리를 제로(0~0.25%)로 100베이시스포인트(bp) 전격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또 70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도 발표했다.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은 이날 증시에서 하루짜리(오버나이트) 환매조건부채권(Repo, 레포) 운영을 5000억달러 한도로 긴급 실시한다고 밝히는 등 유동성 확대 조치를 이어갔다.시장의 공포에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 마저도 떨어지고 있다.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선 금 가격이 2% 하락했다. 금값은 지난 한 주동안 9%나 떨어졌다.로스 노먼 크레딧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손에 현금 유동성을 쥐려고 금마저 다 팔고 있다"며 "이득을 볼 수 있는 자산이라면 모든지 다 팔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돈 풀기' 정책 공조에도 17일 증시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이날 오전 10시 16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65포인트(1.55%) 하락한 1,688.21을 가리켰다.지수는 전장보다 74.02포인트(4.32%)나 폭락한 1,640.84로 출발했다가 시간이 가면서 낙폭을 다소 줄였다.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가 커가며 코스피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지난 9일 2,040.22로 출발한 코스피는 7거래일째인 17일 장중 한때 1,637.88까지 떨어졌다.미국에서도 연준의 공격적 부양책이 나왔지만 간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기록적인 폭락세를 지속했다.1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2.9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 지수(12.32%) 모두 폭락 마감했다.앞서 미국 연준은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7천억 달러 규모 양적완화(QE)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확산 공포와 이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한국은행도 전날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에 발맞췄지만, 증시는 좀처럼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이런 금융시장의 반응 때문에 금융완화 정책이 한계를 노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금리 인하 등의 조치가 유동성·신용 경색 완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바이러스를 막을 수는 없는 데다 실물경제에 직접적 도움이 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의 충격은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중국의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관련 통계가 있는 1990년 이래 가장 낮은 -13.5%를 기록했다.1∼2월 소매판매와 고정자산투자 증가율 역시 각각 -20.5%, -24.5%로 사상 최저였다.제조업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2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의 50.0에서 35.7로 떨어져 역대 최저였다.코로나19가 한국 무역에 미치는 악영향도 본격화되고 있다.2월에 이어 3월 초에도 일평균 수출이 감소했고 기업들은 국내에 발이 묶이면서 새로운 거래처 발굴이나 수출선 다변화에 제약이 생겼다.지난달 한국 수출은 15개월 만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5% 반등했지만, 조업일수를 배제한 일평균 수출은 11.7% 하락하며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가 됐다.이달 1∼1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 늘었으나 일평균 수출은 2.5% 감소했다.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받을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의 수요까지도 동시적으로 영향을 미쳐 경기 반등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각국의 여행 제한 조치와 휴교, 대규모 집회 금지, 프로 스포츠의 중단 등 코로나19 충격파가 경제 전반으로 퍼지는 중이다.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조치는 경제주체에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했다"며 "경기개선 기대감이 형성되기 위해선 미국과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분석했다.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특성상 부진한 흐름이 좀 더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실물경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욱 비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의장은 17일 민주당 원내대표단-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한국은행이 어제 임시 금통위를 열어 0.75%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며 "한은의 이런 결정은 경제 충격이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통상 수준을 넘는 과감하고 신속적인 대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요 국가들의 중앙은행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 의장은 "미국 연준이 제로금리와 제4차 양적완화 도입을 선언한 데 이어 영국 일본 호주 등 주요국가도 통화 완화 조치에 나섰다"며 "개방형 통상 경제인 우리나라는 글로벌 여건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보다 더욱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는 완화적 통화 정책과 과감한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적극 재정 정책 등 종합적인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이 때문에 추경이 제때에 민생현장에 투입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어제 한은이 단행한 금리 인하 조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추경이 반드시 오늘 중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을 겨냥해 "이 상황에서 정책 발목을 잡고 민생경제를 낭떠러지로 내모는 추경 지연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도 했다. 조 의장은 "금번 추경은 코로나19 비상시국에서 국민 안정과 민생 지원을 위한 현장의 절박한 수요를 반영했다"며 "소상공인 자금지원은 자금 수요가 10조원 수준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해 즉시 지원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심각한 자금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긴급 복지 사업도 코로나로 생계 유지 힘든 저소득층 위기가구 지원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