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시한 SUV GV8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시한 SUV GV80.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름이 깊다. 이미 주문이 쌓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생산 차질뿐 아니라 GV80 가솔린 및 세단 G80 등 신차 출시 계획에도 제동이 걸린 안갯속 상황이어서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대형세단 신형 G80 출시 일정이 연기될 전망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은 1년치 주문이 밀린 상황. 다른 신차로 고객 이탈도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신형 G80 출시를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핵심 차종으로, 2013년 12월 제네시스(DH)로 출시된 이후 6년 만의 2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이다. 당초 GV80에 앞서 지난해 3분기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GV80 출시를 위해 올해 1분기로 연기된 바 있다.

모터1닷컴 등 외신들은 현대차그룹이 2020 제네바 모터쇼에서 신형 G80은 최초 공개하고 이후 한국을 시작으로 순차 출시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에 제네바 모터쇼가 취소되면서 G80의 출시 시점도 미궁에 빠졌다. 스위스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1000명 이상 모이는 행사 개최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에 열화상 카메라가 배치됐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에 열화상 카메라가 배치됐다. 사진=연합뉴스
시장 상황도 부정적이긴 마찬가지다. 감염병 확산에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대규모 출시행사 개최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 신차를 선보이는 편이 판촉에 유리하다. 다만 출시가 재차 연기되면 G80은 지난해 3분기로 예정됐던 최초 출시 일정 대비 1년 가량 늦어지는 결과를 맞게 된다. 고급차 브랜드 위상을 강화하려는 제네시스에게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G80 출시를 미루면서 흥행에 총력을 기울였던 GV80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GV80은 출시 보름 만에 2만대 계약이 몰리며 인기를 얻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와이어링 하니스 수급이 끊기며 한동안 생산이 중단된 바 있다. 협력사의 중국 공장 정상화가 늦어지며 부품 수급에 차질이 이어졌고, 현재 GV80을 계약해도 연내 수령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그나마도 공급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대차 또는 협력사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탓이다. GV80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은 도장부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흘 동안 생산라인을 멈췄다. 확진자와 접촉한 20여명은 검진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 마다 방역과 검진을 위한 생산 중단이 반복될 전망이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입구에서 출입자 체온 측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입구에서 출입자 체온 측정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생산 차질에 이어 출시 한 달 만의 리콜로 체면도 구겼다.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는 GV80에 스탑앤고 소프트웨어 오류가 발견됐다며 시정조치(리콜)을 단행했다. 올해 생산된 823대가 대상이다. 소프트웨어 결함이기에 간단한 업데이트로 해결 가능하지만, 프리미엄 SUV를 표방했음에도 준비가 부족했음을 드러냈다.

앞서 출시된 GV80 디젤 모델에 이어 선보일 예정이던 GV80 가솔린 모델 출시 시점도 연기가 점쳐진다. 현재 판매되는 GV80은 최고출력 278마력, 최대토크 60.0kg.m을 발휘하는 3.0 디젤 모델이다. 현대차는 2.5 가솔린 터보와 3.5 가솔린 터보 모델을 늦어도 이달 초 국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출고대기가 1년 가까이 누적된 상황을 감안하면 가솔린 출시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던 GV80이 올해 초에야 모습을 드러냈는데, 코로나19 탓에 생산이 불안정해지고 리콜로 체면까지 구겼다"며 "신형 G80과 GV80 가솔린 국내 출시 일정이 연기되면 해외 시장 공략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