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연구원이 21일 천안공장에서 최근 양산을 시작한 iMEB(친환경차용 제동장치) 조립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대모비스 연구원이 21일 천안공장에서 최근 양산을 시작한 iMEB(친환경차용 제동장치) 조립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지난 19일 오전 11시 충남 천안시 차암동 현대모비스 공장. 윙윙거리는 기계음이 묵직하게 울려퍼졌다. 3000여㎡ 규모의 2층 조립공장은 좀처럼 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 몇몇이 라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근무자들이 식사하러 갔느냐고 묻자 “천안공장은 100% 자동화 공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13개 조립 라인에 설치된 196개 셀 안에서는 로봇 팔이 잠시도 쉬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지름 1㎝가 채 되지 않는 부품을 조립해 밸브와 펌프를 만들고 이를 다시 옮겨 전자제동시스템(MEB)을 생산했다. 현대모비스 천안공장은 신형 싼타페를 비롯해 현대·기아자동차 19개 차종에 들어갈 MEB 생산을 맡고 있다. 멕시코와 인도 등 국내외 공장 15곳에 제품을 공급한다. 100% 자동화 공정으로 라인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7.5초. 4개 라인에서 하루 평균 1만 대의 MEB를 만들어낸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한 모비스의 노력은 ‘완벽주의’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17.5초의 짧은 시간에 256개 항목의 공정테스트가 이뤄진다. 라인 곳곳에 설치된 첨단 촬영장비가 비전 검사를 하고 압력·누설 테스트도 했다. 완제품에는 레이저로 일련번호를 각인해 불량 발생 시 제조 과정을 역추적해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천안공장의 불량률은 20PPM(1PPM=1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

천안공장 바로 옆 건물인 IP공장에서는 현대모비스의 미래 먹거리 생산이 한창이었다. 15일 3년 만에 양산에 성공한 전동식 통합 회생제동시스템(iMEB)이 그 주인공이다. iMEB는 기존의 유압식 분리형 회생제동시스템을 전동식 통합형으로 개선한 제품이다. 기존 시스템 대비 무게가 30% 이상 줄어 원가 절감 효과가 뛰어나다. 친환경자동차에 장착하면 유압 제어(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 생기는 제동력)와 회생제동 제어(전기모터가 반대로 돌 때 생기는 제동력) 비율을 최적화하고 연비를 향상시킨다는 설명이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자동차부품 업체 콘티넨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iMEB 양산에 성공했다. 모비스는 지난해 콘티넨탈과 입찰 경쟁을 거쳐 현대차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넥쏘에 들어가는 iMEB를 납품하고 있다. 친환경차에 iMEB 기술을 적용한 것은 세계 최초다. 이성우 천안공장 ABS 생산팀장은 “과감하게 ‘점프업’ 전략을 선택해 선도 기술을 단번에 확보했다”며 “iMEB는 친환경차 시대 현대모비스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