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엽 칼럼] 시드머니 2600억원의 거대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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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상장 대박' 화제 만발
투자 올인으로 2만배 가치 창출
경제 기여 넘어 달러패권 지탱
추경, 머스크 종잣돈의 100배
일회성·소비성 사업 수두룩 '걱정'
전액 창업 지원 등 발상전환 절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투자 올인으로 2만배 가치 창출
경제 기여 넘어 달러패권 지탱
추경, 머스크 종잣돈의 100배
일회성·소비성 사업 수두룩 '걱정'
전액 창업 지원 등 발상전환 절실
백광엽 수석논설위원
‘대박 상장’ 이전부터 스페이스X는 환호의 대상이다. 비즈니스 문법은 물론이고 물리학 법칙마저 거스르는 듯한 혁신 끝판왕이다. 재활용 로켓·우주선, 위성 인터넷, 우주 데이터센터 등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는 보법이 남다르다. ‘화성 식민지 건설’이라는 비현실적인 듯 담대한 목표도 가슴을 울린다.
상장까지의 스토리는 더 흥미롭다. 일론 머스크의 시드머니는 2002년 페이팔 지분(11.7%)을 아마존에 팔아 마련한 1억8000만달러(2600억원)다. 그중 1억달러를 스페이스X에, 8000만달러는 테슬라에 올인 베팅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확보한 세 번의 로켓 발사 기회에서 모두 실패하며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로켓을 발사대로 옮길 비용조차 없었지만 머스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공장을 뒤져 남은 부품을 끌어모으고 지인들 돈까지 탈탈 털어 만들어낸 네 번째 발사를 성공시키며 대반전 스토리를 썼다. 그사이 테슬라도 2000조원짜리 거대 기업이 됐다. 단순화하면 시드머니 2600억원으로 5000조원의 대략 2만 배 가치를 창출한 셈이다.
아마존에 페이팔을 같이 판 머스크 동료들의 시드머니로까지 시야를 돌리면 더 놀라운 나비효과가 확인된다. 총 2조2000억원의 매각 차익이 팰런티어, 유튜브, 링크트인 등 수많은 유니콘 기업 탄생의 자양분이 됐다. 오픈AI의 성공도 머스크, 피터 틸, 리드 호프먼 등 ‘페이팔 마피아’의 수천억원 초기 투자를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페이팔 마피아가 키운 ‘빅5’(스페이스X, 테슬라, 오픈AI, 유튜브, 팰런티어) 기업 가치만 8000조원이다. 한국 증시 전체 시총(약 4500조원)의 두 배다.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을 넘어 이들은 인공지능(AI) 혁명을 주도하고 전쟁 판도까지 결정한다. 쇠락 중인 미국이 그럭저럭 달러 패권을 지탱하고 국제 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동력이기도 하다.
무모할 정도의 ‘투자 편향’이 페이팔 시드머니의 특징이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에 올인 베팅한 탓에 집세를 못 내 대출까지 받았다. 틸은 800억원의 시드머니를 기초로 아예 ‘투자 구루’로 변신했다. 그가 만든 청년 창업지원 프로그램 ‘틸 펠로십’ 출신이 세운 기업 가치만 1000조원이 넘는다.
너무 과감해서 파괴적으로 느껴지는 페이팔 마피아의 투자 편향은 한국 경제의 성공 비법이자 DNA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원조 자금을 비료, 시멘트, 유리 등 공장 건설에 우선 배정했다. ‘소비재를 수입해 민생부터 챙기라’며 미국이 원조 중단을 위협했지만 수입 대체 산업화를 밀어붙였다. ‘공업화 없이 민생 안정 없다’는 판단이 ‘자본의 원시적 축적’이라는 시대적 과제 완수로 이어졌다. 박정희 대통령도 대일청구권 자금의 절반 이상을 포철, 경부고속도 등 기반 시설에 쏟았다. 민간채권·징용피해 보상까지 최소화한 탓에 두고두고 논란이지만 결과는 ‘한강의 기적’이었다. 오늘 세계가 부러워하는 다방면의 ‘K경쟁력’도 자본과 투자 효율을 최대로 발현하는 데 집중해온 덕분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공기가 달라졌다. 투자가 후순위로 밀려나는 이상 분위기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자사주 12조원어치 소각에서도 그런 흐름이 감지된다. 주주환원 차원이라지만 용인 클러스터에만 600조원 투자가 필요한 상황을 고려하면 아쉬운 결정이다. 자사주 장내 매도로 12조원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지고 말았다.
26조원 규모 추경도 소비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소비쿠폰 5조원, 중국 관광객·교통방송 지원 등 선심성 지출이 수두룩하다. 성장은 언제나 투자의 함수다. 머스크 시드머니 2600억원의 100배인 거대 추경발 나비효과를 기대하려면 ‘투자 우선’ 편성이 필수다. 일회성·소비성 사업을 배제하고 추경 전액을 중소기업, 연구개발, 인재, 창업에 배정하는 ‘발상의 대전환’은 어떤가. 다급한 민생의 고통은 어떡하느냐고? 투자는 기본적으로 현재를 희생해 미래를 창조하는 고통의 메커니즘이다. 스페이스X 대박 상장이 또 하나의 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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