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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첼리스트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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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장이 지나쳐 끊어질 것만 같았다. 1969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개성이 남다른 거장 연주자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피아노), 다비트 오이스트라흐(바이올린),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첼로)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베토벤의 삼중협주곡 해석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리히테르와 오이스트라흐가 끝까지 카라얀과 각을 세우자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은근슬쩍 지휘자를 거들며 균형을 맞췄다. 팽팽한 긴장이 감돌면서도 조화를 이룬 명음반은 그렇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천자칼럼] 첼리스트 CEO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는 ‘허리’ 역할을 한다. 화려한 바이올린과 묵직한 더블베이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오케스트라 배치도 첼로 위치에 따라 ‘독일식’과 ‘미국식’이 갈린다. 악단의 소리는 첼로가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첼로가 전체를 아우르고, 조화를 이루는 중심을 맡다 보니 파블로 카살스처럼 첼로 독주뿐 아니라 지휘에서도 성과를 이룬 이가 적지 않다.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존 바비롤리,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등 첼로 연주자 출신 지휘자는 줄을 잇는다.

    ‘첼로 신동’ 장한나가 그제 예술의전당 사장에 선임됐다. 장 사장 내정자는 열한 살에 로스트로포비치국제첼로콩쿠르에서 우승한 영재 음악인이다. 정상급 첼로 연주자로 활동하다가 지휘자로 변신해 로열콘세르트헤바우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혔다. 마침내 한국 최고 공연장을 책임지는 경영자로 변신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예술의전당 사장은 그동안 공연계와 행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50·60대 남성이 주로 차지했다. 이번에 역대 최연소인 43세 여성을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된다.

    최고경영자(CEO) 장한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풀기 쉽지 않은 ‘난곡’이다. 예술의전당은 적자가 이어지며 누적 결손금이 779억원(2024년 기준)에 이른다. 연간 관람객도 206만 명(2024년)으로 10년 새 30% 가까이 줄었다. 포근한 첼로 소리처럼 장 내정자가 예술가와 관객을 아우르고, 부드러운 운궁으로 험난한 경영 환경을 극복하길 기대한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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