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소비심리가 개선되며 증가세를 보이던 대형마트 매출이 중동전쟁 여파로 꺾였다. 유가와 함께 물가도 올라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최저가 상품을 찾는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자 쿠팡 매출은 반등했다.
◇반등하던 마트 매출, 전쟁 탓에 ‘뚝’
7일 대체데이터플랫폼 한경에이셀(Aicel)에 따르면 지난달 이마트의 카드 결제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9.7% 줄어든 5287억원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의 카드 결제금액도 3.5% 감소한 2293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이마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 롯데마트는 7.6% 증가하며 반등했다. 그러나 2월 말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유가가 치솟자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형마트·슈퍼마켓 업종 전체로 봐도 감소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대형마트·슈퍼마켓 업종 카드 결제 추정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줄어든 4조5008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대형마트·슈퍼마켓 업종 카드 결제액은 월별 기준 5조원 안팎을 유지했지만, 지난달엔 전쟁 영향으로 4조500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중동 전쟁 여파로 밥상 물가가 올라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물 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6.2% 상승했다. 지난주 기준 한우 등심(100g)은 1만591원, 닭고기(1㎏)는 6586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5% 올랐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곡물가도 오를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 2분기 국제 곡물(밀·옥수수·콩·쌀) 가격이 1분기보다 6.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여파로 비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용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는 물가 인상을 방어하기 위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노르웨이산 고등어 가격이 오르자 지난해 12월부터 들여온 ‘칠레산 고등어’를 전체 물량의 2~3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페루산, 브라질산 중심으로 수입하던 망고도 호주산 칼립소 망고 등으로 다변화했다. 롯데마트도 가공 수입상품의 가격 상승에 대비해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사전 물량을 비축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변동 등에 대비해 여러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줄어들던 쿠팡 매출은 반등
반면 온라인 쇼핑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경Aicel이 집계한 지난달 쿠팡 카드 결제액은 3조853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 증가했다. 쿠팡 매출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증가세가 꺾이고, 지난 2월엔 전년 동기 대비 0.04% 줄어들며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달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네이버 매출도 늘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난달 카드 결제액은 2조9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물가 상승 속에서 최저가 상품을 찾아 온라인 쇼핑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쟁 여파로 ‘K자형’ 소비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경Aicel 집계 결과 백화점 업종의 3월 카드 결제액은 2조24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급증했다. 전쟁에도 명품, 주얼리 등 부유층의 소비는 변함이 없었다는 얘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 신선식품이 비식품 상품보다 외부 요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도 빠르게 뛴다”며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마트가 e커머스보다 타격이 큰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