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蹊田奪牛 (혜전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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蹊: 지름길 혜
田: 밭 전
奪: 빼앗을 탈
牛: 소 우
무단으로 밭을 가로질러 간 소를 빼앗다
벌이 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움을 이름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춘추시대 노(魯)나라에 한 농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급한 마음에 남의 밭 사잇길(蹊)을 가로질러 이웃 마을로 갔다. 발이 빠른 지름길이었고, 밭에 별다른 해를 끼친다고도 생각지 않았다. 한데 밭 주인이 이를 보고 관아에 고발했다.
관리는 농부의 죄를 엄히 다스려 소를 몰수했다. 농부는 “남의 밭을 잠시 가로질러 간 것이 소를 빼앗길 만한 죄인가”라며 탄식했지만 돌이킬 수 없었다. 공자가 편찬한 역사서 <춘추>의 대표적 주석서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전해오는 이야기다. 공자는 이를 두고 말했다.
“남의 밭을 가로질러 간 것은 실로 잘못이다. 그러나 그 죄로 소를 빼앗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작은 허물에 무거운 벌을 내리는 자는 민심을 잃는다.”
혜전탈우(蹊田奪牛)는 ‘남의 밭 사잇길을 밟은 죄로 소를 빼앗다’라는 뜻으로, 죄의 경중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무거운 벌을 내림을 이르는 고사성어다. 작은 잘못에 과도한 제재를 가하는 불균형한 처벌을 꼬집는 말이다. 죄는 가벼운데 벌이 지나치게 무거운 것을 이르는 경죄중벌(輕罪重罰)과 뜻이 비슷하고, 죄는 무거운데 벌이 가벼운 것을 이르는 중죄경벌(重罪輕罰)과 반대된다.
공자는 이름과 실질이 서로 맞아야 한다고 했다. 죄와 벌도 균형이 맞아야 법이 법다워지고 백성이 이를 따른다. 사소한 실수에 가혹한 책임을 묻거나 작은 허물을 빌미로 상대를 짓누르는 것은 바르지 못한 처사다. 죄와 벌, 잘못과 책임은 균형을 이뤄야 한다. 잣대가 기울면 다스리는 자도 다스림을 받는 자도 함께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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