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과 수소 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신설했다. 개별적으로 추진하던 미래 핵심 사업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회장이 강조한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TF서 본부로… 조직 공식화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3일 기획조정담당 산하에 ‘RH PMO’라는 이름의 본부급 조직을 만들었다. 기존에 ‘RH 프로젝트’란 태스크포스(TF)팀으로 운영하다가 이번에 공식 조직으로 격상했다. RH는 로봇(robot)과 수소(hydrogen)의 앞 글자를 딴 명칭이다.
본부장은 전략기획실의 신승규 부사장이 맡았다. 신 부사장은 지난달 발표된 9조원대 새만금 AI·로봇·에너지 거점 구축 사업을 주도했다. 신설 본부에서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해결하며 사업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 조직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직속 조직인 기획조정실(서강현 사장) 예하에 배치됐다. 본부 아래에는 대외협력담당, 사업관리담당, 사업기획담당 등 세 개 실을 새로 뒀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이 중 50조5000억원을 로봇과 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RH PMO는 이 같은 대규모 자금 집행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며 투자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2028년 로봇 3만 대 양산
로봇과 수소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은 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AI와 로봇 기술 구현에 필수 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로봇이 현실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피지컬 AI를 구현하려면 방대한 양의 실주행·실생활 데이터를 학습시키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전력 소모가 극심한 AI 데이터센터를 중단 없이 가동하는 것이 로봇 지능 고도화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전력 확보에 수소 에너지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 남는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기술로 수소를 미리 만들어 뒀다가 전기가 필요할 때 이 수소를 연료전지에 넣어 다시 전기를 생산하겠는 구상이다. 지난달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새만금에 로봇·AI·수소·에너지 혁신성장 거점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사업은 5년간 9조원을 투자해 로봇 제조 공장, AI 데이터센터,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발전 시설, AI 수소 시티 등 미래 산업 거점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조직 신설로 로봇과 수소 사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로봇 사업에선 2028년 연간 3만 대 생산 구축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생산 공장뿐 아니라 올해 안에 미국에 로봇 훈련센터(RMAC)를 구축할 예정이다. RMAC 부지는 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가 있는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센터에선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로봇개 ‘스폿’ 등이 제조 현장 데이터를 학습한다.
수소 사업은 단순 연료전지 공급을 넘어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까지 아우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준공을 목표로 울산에 수소연료 전지공장을 짓고 있다. 이와 별개로 국내에 1기가와트(GW)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 건설도 검토 중이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그룹은 수소 에너지로 구동되는 로봇이 물류와 제조 전반을 자동화하는 ‘에너지·모빌리티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과 에너지를 하나의 본부로 묶은 것은 기술적 구현 가능성을 넘어 실제 비즈니스 생태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