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방산 동시에 잡아라…뭉칫돈 몰리는 '듀얼 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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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팰런티어·안두릴처럼
SW·하드웨어 민·군 경계 흐려져
AI·자율주행·저궤도 위성·로봇…
민간 기술 국방 분야 빠르게 적용
평시엔 물류·보안…전시엔 전쟁터로
기술스타트업 장성출신 영입 줄이어
SW·하드웨어 민·군 경계 흐려져
AI·자율주행·저궤도 위성·로봇…
민간 기술 국방 분야 빠르게 적용
평시엔 물류·보안…전시엔 전쟁터로
기술스타트업 장성출신 영입 줄이어
‘드론쇼’로 유명한 국내 드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파블로항공은 올해 초 110억원을 투자 받았다. 대한항공, LIG넥스원-IBK 캐피털 방산혁신펀드, 비하이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다. 이 회사는 투자금을 방산 분야로 확대하는 데 쓰기로 했다. 부품 정밀 가공 기업인 볼크도 지난해 인수했다. 인도 국영 방산기업에 드론 수출도 준비 중이다. 민간과 방산 분야를 동시에 공략하는 ‘듀얼 유즈(민군 겸용)’에 돈이 몰린 사례다.
◇ 민·군 ‘두 마리 토끼’ 잡아라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방산관련 듀얼 유즈 기업에 집행된 투자금은 491억달러(약 72조5000억원)다. 1년 전(272억달러)보다 81% 증가했다. 지분 투자도 같은 기간 73억달러에서 179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과거엔 국방 기술과 상업 기술 간 경계가 뚜렷했다. 최근엔 범용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민군 가르지 않고 적용되는 것이 일반화됐다. 크런치베이스가 NATO 국가의 벤처투자 흐름을 분석한 결과, 드론의 경우 지난해 집행된 투자 38억달러 가운데 77%를 듀얼 유즈 기업이 받았다.
듀얼 유즈를 표방하는 VC와 전용 펀드들도 주류로 올라서고 있다. 듀얼 유즈 스타트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전문 벤처펀드만 74개다.
유럽계 듀얼유스 VC인 프로스토테크호라이즌스의 베로에니카 카이저 파트너는 “이제는 순수 민간용과 방산용의 경계가 없다”고 했다. 이 투자사는 우크라이나의 AI 음향 탐지기 개발사인 바이달시스템즈, 실리콘밸리의 양자 플랫폼 기업 블루큐빗 같은 곳에 돈을 넣었다.
◇ 우크라 전장에 투입된 민간 드론
방향도 바뀌고 있다. 과거엔 위성항법장치(GPS)처럼 군사 기술이 개발돼 민간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젠 민간에서 개발된 기술이 국방 분야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글로벌 지정학 긴장이 커지고 국방 예산이 늘어나면서다. 이에 전통 방산 기업이 아닌 기술 기업까지 적극적으로 국방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AI부터 자율주행, 저궤도 위성 등이 대표적이다.군 입장에서도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민간 시장에서 검증된 기술을 가져오는 게 낫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런 흐름을 더 당기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기성품 DJI 드론을 며칠만에 정찰·타격 자산으로 개조해 전장에 투입했다.
VC 입장에서도 듀얼 유즈는 기존 방산 투자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투자 전략이다. 순수 방산 투자는 조달 주기가 워낙 길어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VC 관계자는 “듀얼 유즈는 하방경직성(정부 계약)과 상방 잠재력(민간 시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투자처”라며 “예컨대 AI 소프트웨어가 평시에는 물류, 보안 등에서 수익을 내고 전시에는 타격처를 찾아내고 전략을 짜는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윤리적 딜레마’는 걸림돌
한국에서도 주요 기술 스타트업들이 장성 출신을 앞다퉈 영입하면서 국방 영역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드론 스타트업 니어스랩, AI 소프트웨어 기업 코난테크놀로지 등이다. 산업 현장 투입 위주로 언급돼 왔던 휴머노이드 기술도 최근 국방 분야로의 확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파운데이션로보틱스는 국경 경비부터 병참 지원, 무장형 휴머노이드까지 포함한 방산 계약을 따내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다만 방산 기술이 근본적으로 ‘살상용’이라는 윤리적 문제는 논쟁거리다. 출자자(LP)들이 전쟁에만 쓰이는 기술에 투자하는 걸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민간 기술 기업이 방산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다가 사내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오픈AI의 로보틱스 책임자 케이틀린 카리노스키는 미국 전쟁부와의 AI 계약에 반대하며 최근 사임했다. 구글 AI 엔지니어 100여 명은 제미나이를 전쟁부가 쓰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구글 딥마인드 최고과학자인 제프 딘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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