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회귀·빙의·환생, '노력의 배신'에 대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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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소설그룹 매니저
이와 같은 설정은 장르문학에서 오래전부터 쓰여 오기는 했다. 하지만 단순히 클리셰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회빙환 없음’이 작품의 차별점으로 작용할 만큼 거의 모든 작품에서 집요하게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요소들이 현대인의 어떤 욕망을 자극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회빙환 웹소설 주인공들의 이력을 한번 살펴보자. 그들은 대부분 처절할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모든 노력이 무색해지는 억울한 결말을 맞는다. 배신할 사람을 동료라고 믿었다. 정의를 위해 조직의 부패를 폭로했다. 모두를 살리려 혼자 남아 적군을 막았다.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렇게 삶이 끝나려는 순간, 기적적으로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독자들은 주인공이 두 번째 기회만큼은 제대로 움켜잡고, 끝내 목표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서사의 반복은 단순한 장르적 유행을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결핍을 투영하는 거울에 가까워 보인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삶은 점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의 연속이 되고 있다. 입시, 취업, 내 집 마련 등 생애 주기의 변곡점마다 던져지는 선택의 순간, ‘단 한 번의 선택이 인생 전체의 성패를 결정짓는다’는 압박감이 대중을 지배하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것이 결과로 나타나지 않는다. 성실하게 살아도 보상으로 돌아올지는 불투명하다. 세상은 적응하기가 무섭도록 빠르게 변화한다. ‘노력의 배신’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믿음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반면 회귀물 속 세계는 다르다. 우리의 주인공은 이미 답을 알고 있고,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았다. 그는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선택은 모두 성공으로 연결될 것이다. 빙의와 환생 역시 비슷한 욕망을 자극한다. 주어진 조건이기 때문에 벗어나기 어려운 ‘출발선’을 바꿔버리는 설정은 현실에서는 누릴 수 없는 기회의 땅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그곳에서는 노력하면 성장하고, 성장하면 인정받고, 인정받으면 세계가 바뀐다. 현실에서는 희미해진 공식이 환상 속에서 선명하게 복원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초능력이 아니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지는 것, 그리고 그렇게 얻은 기회는 나만 잘하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많은 웹소설의 도입부는 “눈을 떠보니 과거였다”이다. 이 문장은 바로 우리가 생각하는 현재의 그림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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