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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소득이 가른 양극단 소비…애매한 '중간 브랜드'는 안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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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의 실종
    (1) 사라지는 매스마켓

    빈폴 대신 유니클로, 중형차 팔고 고급차
    한섬·삼성물산·코오롱 이익 곤두박질

    가성비 끝판왕 다이소·올리브영 북적
    한끼 수십만원 파인다이닝 초호황
    중가형 서가앤쿡·빕스 매장 확 줄어
    "중산층 붕괴로 소비 중간지대 사라져"

    모래시계처럼 양극화된 소비에
    먹고 입는 '보통의 브랜드' 퇴출
    이제 '적당함'은 살아남지 못해
    < 명품매장 오픈런 > 지난 6일 오전 서울 시내 백화점 명품관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늘어섰다.  임형택 기자
    < 명품매장 오픈런 > 지난 6일 오전 서울 시내 백화점 명품관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늘어섰다. 임형택 기자
    직장생활 7년 차인 회사원 최성진 씨(38)는 올겨울 평소 선호하는 빈폴 대신 유니클로에서 새 코트를 샀다. 신혼집 대출 이자 부담과 자녀 양육비가 만만치 않아 씀씀이를 줄였다. 최씨의 친구인 사업가 유중원 씨는 국산 중형차를 팔고 독일 포르쉐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샀다. 주식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그는 올해 처음 백화점 VIP에 들었다. 초저가 또는 초고가로 몰리는 양극화 소비가 심화하고 있다.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의 소비 행태가 바뀌며 이런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고전하는 ‘중가 브랜드’

    양극화 소비 영향으로 중가 브랜드는 고전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패션 부문), 한섬, LF,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국내 5대 패션업체 중 LF를 제외한 4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과 한섬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8.07%, 17.7%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적자 전환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코오롱FnC도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
    < 북적이는 가성비 매장 >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의 무신사 스토어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무신사 제공
    < 북적이는 가성비 매장 >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의 무신사 스토어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무신사 제공
    주요 해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나이키코리아의 2024회계연도(2024년 6월~2025년 5월) 영업이익은 3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다. 갭(GAP)은 국내 진출 후 17년 만인 작년 3월 한국에서 철수했다.

    자산·소득이 가른 양극단 소비…애매한 '중간 브랜드'는 안산다
    외식·식품산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해 TGI프라이데이와 베니건스 등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이 경영난 끝에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국내 토종 패밀리레스토랑 브랜드인 VIPS(빕스)와 서가앤쿡도 최근 매장 수가 감소세다. 커피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가형 커피 브랜드인 할리스와 탐앤탐스는 2021년 매장 수가 각각 550개, 344개였는데 3년 연속 감소해 2024년 기준 각각 495개, 228개까지 줄었다.

    반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파인다이닝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식당 예약 서비스업체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방영 이후 방송에 나온 파인다이닝 식당의 예약 건수는 평균 303% 치솟았다. 가성비를 내세운 브랜드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패밀리 뷔페 애슐리퀸즈의 매장은 2022년 59곳에서 지난해 115곳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표적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인 메가커피의 가맹점은 작년 12월 4000개를 돌파했다.

    화장품 시장도 다이소 등 초저가와 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뷰티로 양분됐다. 모호한 중가 브랜드는 성장 정체에 빠졌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7% 줄었다. 더페이스샵, 더후의 매출 비중이 높은 LG생활건강도 작년 뷰티 부문 매출이 16.5% 급감했다.

    ◇ “가성비 아니면 가심비”

    양극화한 ‘K자형’ 소비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비 패턴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전년 대비 0.5% 늘어 4년 만에 증가했다. 하지만 승용차 판매를 제외하면 오히려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고소득층의 자동차 교체 수요를 제외하면 사실상 전반적인 소비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이런 통계의 배경으로는 중산층의 소득 수준 정체와 소비 패턴의 변화가 꼽힌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8%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경기가 지속되면 소비자의 행동 패턴은 점차 ‘확실한 만족’을 주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 여건이 나빠질수록 소비자는 확실한 이득이나 만족을 주는 상품을 찾으려고 한다”며 “모호한 브랜드 상품은 선택에서 배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다현 트렌드코리아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도 ‘보상심리’로 고가형 제품을 주기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배태웅/라현진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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