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놓친 韓, '탠덤' 놓치면 끝…"태양전지 패권 마지막 퍼즐"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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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사진)이 2022년 영국 옥스퍼드대의 물리학 연구소 클라렌던 랩에 파견 근무하며 작성한 보고서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중국산 태양광의 가격·공급망 공세를 넘으면서도 좁은 국토라는 구조적 제약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분야로 ‘고효율 태양전지’를 지목했다. 그의 보고서는 국내 업체들의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에 정부 지원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꿈의 발전효율 40%, 좁은 한국에 필수
11일 독일 태양광 시장조사기관 ITRPV에 따르면 현재 태양광 시장의 주력 셀 기술인 탑콘의 연간 발전효율 상승 폭은 0.5% 내외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발전효율은 들어온 햇빛을 얼마나 전기로 전환하느냐를 나타내는 비율로, 현재 탑콘의 최고 효율은 25% 안팎이다. 국토 면적이 좁은 한국으로서는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발전효율을 높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탑콘 등 기존 단층 구조의 셀로는 효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중국 론지솔라, 미국 NREL 등 글로벌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탠덤은 웨이퍼 면적이 커질수록 효율을 유지하기 어려운 고난도 기술이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실험실 수준이 아닌 대면적 웨이퍼에서도 높은 효율을 구현해야 태양광의 발전단가(LCOE)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호현 차관이 몸 담았던 클라렌던 랩의 헨리 스네이스 교수가 설립한 옥스퍼드PV는 2023년 당시 기준 최대면적(258㎠)의 웨이퍼에서 28.6%의 발전효율을 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명승엽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PD는 “지난 70년간 기술 혁신을 거듭한 실리콘 태양전지는 단일접합 기준으로는 효율 개선 여지가 거의 소진됐다”며 “탠덤은 실리콘 한계를 넘는 사실상 유일한 경로”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국내 공급망도 재편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탠덤은 얇은 막을 층층이 입히는 공정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진공 상태에서 박막을 형성하거나, 잉크처럼 바르는 방식의 코팅 공정 등 전용 장비와 소재가 새롭게 필요하다. 주성엔지니어링, 셀코스, 고산테크 등이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있고, 엘케이켐 등은 소재 분야에 특화돼 있다.
이후 2년여 만인 2024년, 탑콘은 시장 점유율 50%를 넘기며 주류 기술로 자리 잡았다. 중국 기업들이 고효율과 양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탑콘을 선택한 결과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전자 사례는 한국 태양광 산업의 한계가 ‘기술 부족’이 아니라 ‘지속 투자 실패’였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당시의 교훈을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에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들쑥날쑥 발전량도 잡는다
태양광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간헐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은 한낮(오후 12~2시)에 발전량이 몰리고, 아침과 저녁에는 급격히 줄어든다. 이는 전력망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한국전력거래소가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도록 요청하는 출력제어 빈도도 잦아진다.이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떠오른 개념이 ‘태양광 에너지 시프트(PV Energy Shift)’다. 쉽게 말해, 남는 전기를 다른 시간대로 옮기거나 발전이 집중되는 시간을 분산시키는 기술이다.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낮에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 사용하는 것이다.
통상 정남향 설치는 한낮에 발전량이 최고치에 이르는 ‘단봉형’ 곡선을 그린다. 그러나 동서 방향 설치는 오전과 오후에 두 번 피크가 나타나는 ‘쌍봉형’ 발전 패턴을 만든다. 실증 결과에 따르면 연간 총 발전량은 정남향보다 다소 줄 수 있지만, 전력망 부담은 크게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직형 설치로 인해 같은 발전소 부지에 설치할 수 있는 태양광 용량이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명승엽 PD는 “수직형 설치의 수익성이 입증됨에 따라 양면형 모듈과 구조물, 설치 방식 등 다운스트림 분야에서도 새로운 밸류체인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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