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 매장 VVIP 몰리는데
대중 명품 핸드백은 대기줄 사라져
가성비 제품도 호황…'K'자 소비로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이들이 주로 향한 곳은 1층 주얼리 매장. 까르띠에 앞에는 개점 직후 세 팀의 대기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직후인데도 대기 줄이 생겼다. 인기 모델인 ‘다무르’ 목걸이는 가격이 20%가량 올랐지만 제품을 볼 수조차 없었다. 매장 직원은 “재고가 아예 없다”고 했다.
인근 반클리프아펠 매장도 상황이 비슷했다. ‘알함브라’와 ‘빼를리’ 등 주요 모델은 오전이면 재고가 소진된다. 이 매장 관계자는 “아침에 소량 입고된 물량은 한두 시간 안에 판매가 끝난다”고 했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최소 수백만원 하는 하이 주얼리 시장은 이례적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1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의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0.2% 늘었다. 10~11월에는 20% 안팎 폭증했다. 명품 소비를 이끈 상품군은 하이 주얼리다. 하이 주얼리란 보석 중에서도 가장 비싼 명품 보석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의 하이 주얼리 매출은 일제히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1월 1~25일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는데, 특히 주얼리·시계 부문 증가율이 55%로 가팔랐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주얼리 부문 매출도 60% 폭증했다. 현대백화점은 52%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과거 예물 수요에 머무르던 하이 주얼리가 부자의 차별화 수단이 되며 매출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를 크게 본 소득 상위 계층이 주력 소비자라는 설명이다.
구찌·버버리 매스티지 브랜드 '혹한기' 백화점 컨템퍼러리 매장도 썰렁
축제 분위기인 하이 주얼리 매장과 달리 ‘대중 명품’은 혹한기를 맞고 있다.
구찌, 지방시, 버버리 등 중산층이 선호하던 ‘매스티지 브랜드’ 매장에는 대기 줄이 완전히 사라졌다. 중산층이 부자의 소비를 따라 하는 ‘어스퍼레이셔널(Aspirational) 소비’를 확 줄인 여파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마찬가지였다. 하이 주얼리 매장에만 사람이 몰릴 뿐 일반 여성 패션, 남성 패션, 스포츠 매장은 한산했다. 4층 컨템퍼러리 매장은 둘러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메종키츠네, A.P.C, 구호, 타임 등 명품만큼 비싸진 않지만 일반 패션 브랜드에 비해선 다소 비싼 ‘어중간한 가격대’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반면 유니클로, 다이소, 무신사, 올리브영 등 극강의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는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5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매출은 1조3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늘었다.
백화점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초고가 브랜드 중심으로 매장을 재단장하고, 연간 최소 수천만원씩 돈을 쓰는 VIP 영업 위주로 전략을 새로 세우고 있다. 고객 수 기준 5% 미만인 VIP가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0%대 중반에 달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5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