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R&D 예타 폐지, K혁신의 대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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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년 소요 검토기간 단축
기술 주도권 쥘 '골든타임' 확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기술 주도권 쥘 '골든타임' 확보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이처럼 급변하는 상황에서 시대 흐름에 뒤처진 제도와 질서를 따르는 데 시간을 쓰면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그간 쏟아부은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주도권 경쟁에서 이탈하게 된다. 글로벌 백신 강자인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혁신적인 mRNA 기술을 채택한 ‘퍼스트무버’ 경쟁사들에 시장 점유율을 고스란히 내줬다. 보수적인 의사결정과 늦은 임상시험 속도가 패인이었다.
그간 대규모 사업의 엄격한 사전 검증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제도를 운영했다. 하지만 평균 2년 이상 걸리는 예비타당성 조사의 긴 검토 기간과 경제성 위주 평가 기준은 오히려 혁신의 장벽이 됐다. 오늘날 핵심 전략기술로 꼽히는 양자 기술이 단적인 예다. 기술 태동기인 2016년부터 양자 기술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을 시도했으나, 매번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사이 선도국인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6년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달 29일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을 개정했고 R&D 예비타당성 조사가 폐지됐다. 제도 도입 18년 만에 이뤄낸 결단으로, 전략기술 확보의 골든타임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국가적 의지의 산물이다. 이번 R&D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를 기점으로 마련될 신속하고 유연한 사전점검 체계는 대한민국 R&D 사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대전환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제 기획부터 평가까지 R&D 사업 특성에 맞춘 체계가 새롭게 구축된다. 사전점검 대상의 기준을 기존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해 부처의 책임성과 자율성을 대폭 높이고, 사업의 성격에 따라 점검 방식을 이원화해 운영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양자 등 신속함이 생명인 첨단 기술 연구 분야(연구형 R&D)는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덜어 적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시설장비 구축, 연구 공간 조성 등 체계적인 사업 관리가 필요한 분야(구축형 R&D)는 전주기 단계별 심사를 통해 내실을 기할 계획이다.
정부는 새로운 R&D 사전점검 체계가 현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세밀하게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형 R&D는 사업 기획 점검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해 예산 편성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구축형 R&D는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을 완비한 후 심사제도를 차례로 도입할 방침이다. 이런 체계가 안착하면 연구자가 복잡한 행정 서류가 아니라 연구 그 자체에 몰입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R&D 예비타당성 조사 폐지는 R&D의 적기를 놓치게 하는 걸림돌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는 연구 현장의 숙원을 풀고, 글로벌 기술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새로운 사전점검 체계의 도입은 우리 R&D 생태계에 민첩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불어넣는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고 확신한다. 혁신적 도전이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성과로 이어져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대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가 흔들림 없이 뒷받침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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