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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칼럼] 美 '퇴직연금 백만장자'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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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신영 뉴욕 특파원
    [특파원 칼럼] 美 '퇴직연금 백만장자'의 비밀
    미국 뉴욕증시와 한국 증시 모두 인공지능(AI) 기술 과잉 투자 우려로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굳건한 수익률로 투자자의 시선을 끄는 기업이 있다. 벅셔해서웨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주 S&P500지수를 웃도는 성과를 냈다. 한 주간 벅셔해서웨이 A주는 5.6% 상승했고, B주는 5.7% 올랐다.

    벅셔해서웨이는 AI, 반도체, 플랫폼 등 개별 기술의 승자를 예측하기보다 기술 변화와 무관하게 수익이 발생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에너지, 인프라, 보험, 유통처럼 대체가 어려운 산업을 중심으로 현금 흐름과 사업 구조 안정성에 집중한다. AI 투자 과열 국면에서도 벅셔해서웨이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美개인, 버핏 같은 가치투자

    개인 투자자가 벅셔해서웨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을 따르기는 쉽지 않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 빨리 이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기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AI 투자 금액이 7000억달러에 이르고, 이에 따른 회사채 발행 규모가 급증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차익 실현을 서둘러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미국 개인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가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제도인 401k 가입자 가운데 잔액이 100만달러를 넘는 계좌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65만4000개로 역대 최대다. 다우존스지수와 S&P500지수 성과가 한국 코스피지수보다 월등하다는 점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뉴욕증시가 한국처럼 상·하한가 제도가 없고, 세계 곳곳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401k로 장기 투자 가능

    401k의 진가는 ‘강제된 장기 투자’에 있다. 세제 혜택과 중도 인출 시 부과되는 페널티로 인해 가입자는 수십 년간 시장에 머물 수밖에 없다. AI주 급등락 같은 단기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구조다. 2025년 초 뉴욕증시가 관세 문제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크게 출렁였을 때도 401k 가입자의 94% 이상은 자산 배분을 변경하지 않고 기존 전략을 유지했다.

    AI 투자 과열 같은 국면에서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차분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개인의 인내심이 특별해서라기보다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게다가 회사가 개인에게 얹어주는 ‘매칭펀드’는 퇴직연금 수익을 높이고, 세제 혜택은 ‘복리의 마법’이 작동하는 걸 돕는다. 무엇보다 매달 유입되는 수조달러 자금이 기계적으로 증시에 재투자돼 시장의 하방을 지지하고,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자기실현적 상승’을 만들어낸다.

    한국 정부도 최근 퇴직연금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정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금융회사가 별도 수탁 법인을 설립하고, 투자 전문가가 연금을 운용하도록 하는 등의 구상이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단계인 만큼 당장 성과를 논하기는 어렵다. 다만 몇 년 뒤 한국에서도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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