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조 '유령 비트코인' 20분간 둥둥…"은행이 위조수표 뿌린 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빗썸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 '5대 논란'
"직원 실수로 단위 원 대신 BTC"
몇 단계 결재도 없이 집행 '충격'
고객 자산은 회사 지갑에 보관
금융위 긴급회의, 대응방안 논의
"직원 실수로 단위 원 대신 BTC"
몇 단계 결재도 없이 집행 '충격'
고객 자산은 회사 지갑에 보관
금융위 긴급회의, 대응방안 논의
(1) 무슨 일이 있었나
(2) 어떻게 가능했나
빗썸 측은 직원이 보상 수량 단위를 ‘원(KRW)’이 아니라 ‘비트코인(BTC)’으로 잘못 입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행과 같은 일반적인 금융사에서는 거액의 자산이 이동할 때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빗썸은 사실상 특정 직원의 클릭 한 번으로 63조원이 넘는 자산이 즉시 집행되는 구조였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3단계의 교차 검증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꼬집었다.(3) 비트코인이 발행된 건가
블록체인상 비트코인이 새로 발행된 것은 아니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실제 코인이 이동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DB)상 숫자만 바뀌는 ‘장부 거래’로 운영된다. 은행 앱에서 송금할 때 현금이 아니라 숫자가 오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빗썸 내 비트코인 가격만 폭락했을 뿐 글로벌 비트코인 시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빗썸의 경우 회사 소유의 175개 비트코인과 고객 수탁분 4만2000여 개를 합쳐도 줄 수 없는 62만 개 비트코인 인출권(채권)을 뿌린 셈이다. 이는 은행이 금고에 현금이 없는데도 수조원짜리 위조수표를 발행해 유통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8년 삼성증권 ‘유령 주식’ 사태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은 이 대목이다. 삼성증권 역시 현금 배당 과정에서 직원이 주당 1000원이 아니라 1000주를 입력하면서 발행 한도를 20배 초과하는 28억 주(112조원 규모)의 가짜 주식을 전산상에 생성했다. 발행된 유령 주식은 예탁결제원 시스템과 연동돼 시장에서 유효한 권리로 인정받았다. 삼성증권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시장에서 진짜 주식을 사 와야 했던 이유다. 빗썸은 장부상 숫자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지급 물량 대부분을 무효로 할 수 있었다.
(4) 빗썸 내 실물 비트코인은 무사한가
전산 장부상 오류이기 때문에 빗썸이 보관하는 고객의 비트코인이 사라지거나 가치가 변할 일은 없다. 가짜 수표가 발행된 것이지 금고가 털린 건 아니기 때문이다. 빗썸 측도 “지갑에 보관된 코인 수량은 엄격한 회계 관리를 통해 고객 화면에 표시된 수량과 100%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매도돼 외부로 유출되거나 소유권이 바뀐 125개 비트코인을 끝까지 회수하지 못하면 빗썸이 자기 자본으로 시장에서 사서 채워 넣어야 한다.(5) 암호화폐거래소 믿을 수 있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암호화폐거래소의 신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거래소가 보유한 실물 자산과 장부상 수치가 언제든 괴리될 수 있다는 허점이 확인돼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8일 점검회의를 열고 “빗썸을 포함한 모든 거래소의 내부통제를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거래소에 금융사에 준하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조미현/신연수 기자 mwise@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