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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도 하실 분 구함"…중고앱에 뜬 수상한 모집 글,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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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억의 '경찰과 도둑' 게임
    당근 앱 통해 부활
    일면식 없는 이들과 모여 '술래잡기'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숲에서 경도 하실 분"
    "30대도 할 수 있다! 경도 멤버 구함."

    최근 중고 거래 앱 '당근'에는 이른바 '경찰과 도둑'(이하 '경도') 놀이 멤버를 모집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한때 초등학생들의 놀이로 여겨졌던 술래잡기가 세대를 넘어 확산되며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경찰과 도둑, 줄여서 '경도'로 불리는 이 놀이는 도망치는 도둑과 이를 추격하는 경찰로 역할을 나눠 진행된다. 단순한 규칙과 강한 활동성 덕분에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참가자들의 연령대는 예상보다 폭넓다. 고등학생들만의 소규모 모임부터 20~30대 직장인, 그리고 40대까지 합류하고 있다. 특정 세대의 유행이라기보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놀이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사진=당근 캡쳐
    /사진=당근 캡쳐
    모임은 주로 서울숲, 한강공원, 대학 개방 운동장 등에서 열린다.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이 약속 시간에 맞춰 모이면,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경도인가요?"라고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은 곧 규칙 설명을 듣고 게임에 들어간다.

    현장에 모인 이들의 차림은 대체로 소박하다. 패딩과 목도리, 털모자로 몸을 단단히 감싼 채 멋보다 활동성을 택했다. 게임 전에는 단체 스트레칭과 간단한 얼음땡 놀이로 몸을 풀고, 이후 본격적인 경찰과 도둑 놀이가 시작된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전통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장소를 옮겨 실내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한 고교생 참가자는 "경도는 하고 싶었는데 기존 모임에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아 친구들과 직접 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40대 참가자는 "나이 상관없이 뛰어놀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운동도 되고, 잊고 지내던 동심을 찾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모임 규모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 처음에는 운영자 포함 2~3명으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수십 명에서 많게는 2000명까지 늘어난 방도 있다.

    후기 글도 잇따르고 있다. 한 대학가 인근 모임 후기에는 "집에만 있다가 새로운 자극을 찾았다", "다음엔 수건돌리기도 해보고 싶다", "허벅지가 찢어질 만큼 뛰었지만 묘하게 낭만적이었다", "너무 열심히 뛰다가 지하철을 잘못 탔다"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 또 다른 참가자는 "준비운동부터 마무리까지 신경 써서 다치지 않았다"며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놀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사진=당근 캡쳐
    /사진=당근 캡쳐
    이 열풍은 이색적인 구인 글로까지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경찰과 도둑 게임을 잘하고 싶어 가르쳐 줄 선생님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경찰이나 도둑 역할을 맡아 레슨해주면 시급 1만320원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이었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도둑이나 모든 도둑을 잡은 경찰에게 최저시급을 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희망 조건은 단순했다. "잘 뛰시는 분."

    다만 모든 모임이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일부 모임에서는 놀이와 무관한 목적을 가진 참가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한 경도 방에서는 40대 남성이 여성 참가자 비율을 집요하게 묻다가 '강퇴'당하기도 했다.

    일부 운영자들은 "놀이 목적이 아닌 접근은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며 "안전하고 건전한 분위기가 유지되지 않으면 모임 자체가 오래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어린 시절 골목에서 뛰놀던 술래잡기는 이제 공원으로 무대를 옮겼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서로를 쫓는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숨찬 기색이 교차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놀이 열풍의 배경으로 젊은 세대의 향수 심리와 익명성이 결합된 점을 꼽는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새로운 문화 경험으로 재구성하려는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의 놀이 문화를 그대로 반복하기보다는, 이를 현재의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어내려는 젊은 세대 특유의 감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실명이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익명성 역시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요소"라며 "관계 맺기에 피로를 느끼는 세대에게는 일시적으로나마 가볍게 연결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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