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 푸어, 정말 고금리 때문일까…건물주들이 외면한 불편한 진실 [김용남의 부동산 자산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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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빌딩 푸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빌딩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대출 이자와 공실 부담에 허덕이며 현금 흐름이 악화한 건물주들이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건물주는 그 원인을 고금리, 경기 둔화, 공급 과잉이라는 외부 환경에서 찾습니다. 물론 이러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의 원인을 외부 환경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현실이 훨씬 더 구조적입니다.
여기에 중소형 빌딩의 대체재로 기능해온 지식산업센터로의 이전 역시 공실률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와 관리비, 넉넉한 주차 공간, 업무에 특화된 설계를 앞세운 지식산업센터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전문직 임차인들의 선택지를 빠르게 바꿔놓았습니다. 그 결과 수요 일부가 전통적인 중소형 빌딩 시장에서 이탈하며 공실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빌딩 푸어 현상은 단순한 불황의 결과라기보다, 변화한 시장 구조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경영 방식의 실패’에서 비롯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과 안일한 기대가 오늘의 손실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흔한 착각은 “과거의 성공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믿음입니다. 한때는 입지만 좋으면 임차인이 자연스럽게 들어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공급은 제한적이었고 상권은 성장기였으며 건물 소유 그 자체가 경쟁력이던 시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신축 빌딩은 늘었고 임차 수요는 까다로워졌으며 기업과 자영업자 모두 비용 효율을 최우선으로 고려합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방식만 고수한다면 공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변화한 시장에 낡은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습니다.
두 번째 착각은 “임대료를 낮추면 더 큰 손해를 본다”는 생각입니다. 많은 건물주는 임대료 인하 시 이후 재인상이 어렵고 빌딩 가치가 떨어져 매각 시 불리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이 때문에 차라리 공실을 유지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면 일리가 있어 보이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이 판단에는 중요한 맹점이 숨어 있습니다.
임대 시장은 ‘희망 가격’이 아니라 ‘실제 거래 가격’으로 평가됩니다. 장기간 공실이 발생한 건물은 명목상 높은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시장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자산으로 인식됩니다. 더 큰 문제는 공실이 지속되는 동안 임대 수익은 발생하지 않는 반면 이자 비용과 관리 비용은 그대로 누적된다는 점입니다. 임대료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공실 전략이 오히려 수익률을 훼손하고 자산 가치를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착각은 “건물은 사두면 알아서 굴러간다”는 인식입니다. 이는 빌딩을 수익형 자산이 아닌 방치된 부동산으로 전락시키는 가장 위험한 태도입니다. 체계적인 자산관리 전략이 없는 건물은 경기 둔화 국면일수록 더 빠르게 경쟁력을 잃습니다. 공실이 늘수록 유지보수는 뒷전으로 밀립니다. 그 결과 기존 임차인의 만족도는 떨어지고 추가 이탈이 발생하며 해당 건물은 시장에서 ‘문제 있는 빌딩’으로 낙인찍힙니다. 이 악순환이 시작되면 회복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결국 건물은 더 이상 단순히 소유하는 자산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경영해야 할 사업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오늘날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건물주는 자산가를 넘어 사업가가 되어야 합니다. 시장을 분석하고 수요 이동에 맞는 임대 전략을 설계하며 임차인을 관리하는 사업가로 역할을 전환해야 합니다. 과거의 빌딩 투자가 가만히 기다리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의 시장은 끊임없이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빌딩 푸어를 피하는 길은 감각적인 투자나 막연한 기대에 있지 않습니다. 숫자와 데이터에 기반한 시장 이해, 유연한 임대 전략, 그리고 능동적인 자산관리가 필요합니다. 외부 환경은 누구도 통제할 수 없지만, 건물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건물주의 선택입니다.
이제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건물을 어떻게 ‘경영’하고 있는가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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