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카드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대출 규제 등에 따른 카드론 위축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데다 부실마저 쌓이고 있어서다. 여기다 올해 대규모 여신전문채권 차환 물량까지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사옥 매각이나 희망퇴직 등을 검토하는 등 사실상 ‘비상 경영’에 돌입한 분위기다.
◇수익성·건전성 모두 악화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비씨)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933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4.1% 급감한 규모다. 현대카드를 제외하고 7개 카드사 모두 순이익이 축소됐다. 이 추세면 지난해 전체 순이익이 레고랜드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2022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여러 차례 인하된 데다 카드론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신용판매 수익이 주춤하자 카드론을 핵심 먹거리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해 ‘6·27 대책’에서 정부가 카드론을 3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대상에 포함하면서 잔액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건전성도 나빠졌다. 8개 카드사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1.45%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0.04%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도 전년 동기 대비 0.06%포인트 오른 1.31%에 달했다.
◇사옥 매각 검토 등 허리띠 졸라
코너에 몰린 카드사들은 사실상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지난해 10년 만에 순이익 기준 카드업계 왕좌에서 내려온 신한카드가 서울 을지로 본사 사옥 매각을 검토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고 12년 만에 신입 공채를 건너뛰는 등 긴축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다른 카드사도 조직 슬림화를 위해 희망퇴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문제는 고강도 경영 쇄신에도 올해 업황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차환 리스크가 커진 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8개 카드사의 여신전문채권 규모는 22조7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여전채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주요 자금 조달원이다. 최근 국고채 금리 변동성 확대로 여전채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올해 카드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내부통제 강화도 풀어내야 할 과제다. 롯데카드에 이어 신한카드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여파 탓이다. 과징금 등 정보 유출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이 실적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카드론 위축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당분간 가계대출 규제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서다.
카드사들은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일부 카드사는 3단계 DSR 규제에서 벗어난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올해도 업황 전망은 여전히 비우호적”이라며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