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받고 기분 좋았는데' 우원식 뒤통수 친 곽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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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곽 의원이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자 우 의장은 "이렇게 서로 인사하는 것이 국회를 존중하는 것이고, 또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곽 의원은 연단에 서자마자 "국회의장님께서 국회 담벼락에다가 본인을 기념하기 위해 담을 넘은 곳이라고 설치를 해놨다"며 "제가 의장님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 더 기념하시라고 만들어왔다"고 했다.
스케치북에는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 의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그날 12·3 다크투어'에서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를 위해 직접 월담했던 현장을 탐방한 것을 비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스케치북에 대한 항의가 나오자 우 의장은 "그냥 두셔도 괜찮다"라면서도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회법을 본인이 계속 어기겠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곧이어 우 의장이 "곽 의원도 (나 의원이) 무선마이크를 가져온 점에 국민들한테 사과하라"고 하자, 곽 의원은 "(무선마이크가 아니라) 무선 녹음기"라고 받아쳤다.
곽 의원이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는 동안 민주당에서는 "내리라고", "뭐 하는 거냐"는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이에 우 의장이 "피켓이 회의 진행에 방해되기 때문에 내려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하자, 곽 의원은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면으로 넘기며 대답을 대신했다.
곽 의원이 필리버스터 도중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비판을 하자, 우 의장은 "안건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제지하고 나섰다.
곽 의원은 "알겠다"며 다시 스케치북을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면으로 바꿨다. 국민의힘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자 우 의장은 스케치북 내용을 의식한 듯 "방해하는 게 아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이틀 전 본회의에서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과거 패스트트랙 사태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가자 '의제 외 발언'이라는 이유로 마이크를 여러 차례 껐다. 같은 날 장내 질서 유지를 명목으로 필리버스터 도중 2시간가량 본회의를 정회하기도 했다.
갈등은 나 의원의 등장부터 예고됐다. 우 의장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 나 의원에게 "인사 안 하느냐"고 물었고, 나 의원은 "조금 이따가 말하겠다"고만 답했다. 이에 우 의장은 "인사하라는 법은 없다"며 "인사 안 하는 건 자유인데 인사 안 하고 올라오는 사람의 인격에 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했고 여야 의원들은 연단에 몰려나와 언쟁을 벌였다. 이후 나 의원이 관련 의제에 관해 토론하겠다고 하자 우 의장은 다시 마이크를 켰다.
이에 대해 곽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역사상 처음으로 의장이 의원의 발언을 방해하고 마이크를 꺼버리는 있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는 의장의 독단적인 본회의 진행이자 폭거"라고 항의했다.
국회법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발언을 중단시키고 정회를 선언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조항은 있지만, 실제 이뤄진 건 1964년 공화당 출신 이효상 의장이 당시 김대중(DJ) 의원의 마이크를 끈 이후 61년 만이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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