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결정에 월드컵 '비상'…관광객·축구 팬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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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STA 심사 강화에 흥행 우려↑
10일(현지시간) 폴리티코와 포브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 방문객 대상 SNS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놓자 유럽 각국과 축구 팬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미국 정부를 압박해 이를 철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날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ESTA 신청자에게 지난 5년간의 SNS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새 규정을 관보를 통해 공개했다. ESTA는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한 국가 국민이 비자 없이 출장·관광·경유 목적으로 최대 90일간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이 제도는 내년 초, 북중미 월드컵 개최 직전에 시행될 예정이다. 수십만 명의 축구 팬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이번 규제가 월드컵 흥행과 관광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FIFA는 북중미 월드컵이 미국 경제에 305억달러(44조원)의 효과와 18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는 해외 관람객 260만명이 미국을 찾는다는 전제하에서 산출된 수치다. FIFA는 미국 내 관람객과 해외 관람객의 비율을 5대5로 추정했다. 따라서 외국인 관람객이 줄면 경제효과도 함께 감소할 수밖에 없다.
유럽 의회의 배리 앤드루스 의원은 "세계 최악의 권위주의 국가들도 이런 공식 정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며 "이 계획은 당연히 미국 관광 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내년 월드컵을 관람하러 갈 축구 팬을 포함한 유럽인들은 더 이상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의 밍키 워든 국장도 "이 정책은 FIFA의 인권 정책을 분명히 위반하며, FIFA는 트럼프 행정부에 즉각 철회를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축구 팬 단체인 '유럽 축구 서포터즈'(FSE)는 "FIFA는 긴급하게 대회의 보안 원칙을 명확히 해 팬들이 여행할지 아니면 집에 있을지를 잘 알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이민 단속 강화로 이미 위축된 미국 관광산업이 추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올해 해외 관광객의 미국 내 지출이 지난해보다 줄 것으로 내다봤으며, 여행 조사기관 투어리즘 이코노믹스는 올해 미국 방문객이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3.7%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월드컵 관련 방문객이 전체 증가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ESTA 심사 강화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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