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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d의 ‘스텔스 돈 풀기' 시작?…신흥국은 파급력 촉각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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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Fed의 ‘스텔스 돈 풀기' 시작?…신흥국은 파급력 촉각 [글로벌 머니 X파일]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QE)’와 비슷한 유동성 정책을 내놨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고금리-고유동성’ 실험이 시작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 등 신흥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니' 양적완화?

    12일 Fed에 따르면 Fed는 지난 1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인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이목을 끈 건 금리 인하 폭이 아니었다. Fed는 미국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준비금 관리 매입(Reserve Management Purchases·RMP)’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Fed는 지난 2022년부터 진행해온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QT)를 지난 12월 1일 공식 종료했다.

    Fed는 이번 조치를 “통화정책 완화 신호가 아니며, 은행 시스템의 준비금을 ‘충분한(ample)’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 따른 일부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뉴욕 연은은 오는 12일부터 첫 달에만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한다. 주목할 점은 매입 대상이다. 만기 1년 미만의 초단기 국채(일명 T-빌)뿐만 아니라, 필요시 ‘잔존만기 3년 이하의 국채’까지 매입 대상에 포함했다.

    업계에선 이름은 준비금 관리 매입이지만 3년물 국채까지 사들이는 구조는 순수 T-빌 매입을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덜란드계 글로벌 금융 그룹 ING는 "사실상 ‘QE의 경계선(borderline QE)’에 있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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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2010년대의 대규모 양적완화가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는 ‘바주카포’였다면, 이번 조치는 시장의 혈맥을 뚫는 ‘정밀 타격 유동성 주입’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Fed는 관련 정책을 일부 선회한 배경에는 글로벌 달러 자금 시장의 ‘동맥경화’ 조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로이터통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업은행의 지급준비금은 2021년 초 약 4조 2700억 달러에서 최근 2조 8300억 달러 수준까지 급감했다.

    특히 Fed의 유동성 흡수 창구 역할을 하던 역레포(ON RRP) 잔액은 2022년 2조 6000억 달러에서 2025년 8월 기준 약 32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시중의 잉여 유동성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로베르토 페를리 뉴욕 연은 시스템공개시장계정(SOMA) 매니저는 지난달 “최근 레포 금리가 지급준비금 이자율을 상회하는 등 유동성 스트레스 징후가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레포 발작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Fed의 의지가 이번에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레포 발작의 악몽'은 2019년 미국 초단기 자금시장(레포 시장)이 갑자기 멈춰 금리가 정상 수준(2%대)에서 10% 이상으로 폭등했던 유동성 붕괴 사건을 뜻한다. 양적 긴축과 세금 납부·국채 발행 증가가 겹치며 은행 시스템의 준비금이 너무 부족해진 상태에서 현금 수요가 급증한 것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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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결정의 핵심은

    이번 Fed 조치의 핵심은 ‘스탠딩 레포(SRF)’의 총량 한도 폐지라는 의견도 있다. 스탠딩 레포(SRF)라는 긴급 대출 창구의 총량 한도(5000억 달러)를 없애고, 담보만 있으면 원하는 만큼 빌려 가는 방식으로 바꿨다. 여기서 담보란 대부분 미국 국채다. 다만 하루 2회, 증권 종류별 한 번 입찰, 입찰당 최대 400억달러 한도 등 제한은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국 국채를 가진 은행·딜러들은 언제든 Fed 창구에 가져가서 사실상 무제한으로 현금을 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상황이 흔들리든, 유동성이 말라붙든, 국채만 있으면 바로 돈이 나오는 것이다.

    Fed의 이번 조치로 금융권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최근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흥국 프라이빗 크레딧 펀드가 올해 사상 최대인 18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을 집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표면 금리가 두 자릿수에 달하는 이 시장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Fed의 유동성 공급으로 투자자들은 수익률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선 인공지능(AI) 산업에도 좋은 신호라는 의견도 있다. AI 모델 학습과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는 천문학적인 자본이 소요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향후 5년 내 두 배로 늘어 2030년에는 일본 전체 전력 소비량을 넘어설 것”이라 전망했다.

    Fed의 국채 매입 재개는 장기 금리의 급등을 억제할 수 있다. AI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탈렌 에너지와 17년 장기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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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을 지원하는 등 빅테크의 에너지 투자가 활발한 배경에는 유동성이 풍부한 금융 시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달러로 빚잔치하려는 미국

    Fed의 이번 결정에 대한 비판도 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연간 수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를 국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Fed가 국채 매입을 재개하고 국채 담보 대출을 무제한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정부의 빚잔치를 뒷받침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 레이 달리오는 최근 기고문에서 “연준의 QT 중단과 사실상의 QE 시작은 부채의 화폐화(Debt Monetization)”라며 “어떻게 포장하든 돈을 더 찍어내 빚을 조달하는 셈이며, 이는 이미 과열된 시장에 기름을 붓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치는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 통화 공급 확대는 해당 통화 가치 하락 요인이다. 이번 FOMC 직후 달러 인덱스는 소폭 하락하며 약세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선 달러의 네트워크 효과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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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d가 SRF 한도를 없애면서 미국 국채는 언제든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준화폐’의 지위를 얻게 됐다. 이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금융기관들이 안전자산으로서 미국 국채와 달러를 더 선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선 외화 자금 조달 여건은 개선될 전망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한국(은행, 보험, 연기금 등)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258억달러였다.

    Fed가 국채를 사들이고 담보 가치를 보장해주면, 이들 자산의 유동성이 높아지고 평가익이 개선되기 쉽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자산으로 자금 쏠림이 심화해 원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이라는 구조적 위협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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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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